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개입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푸틴이 소치 동계 패럴림픽에 참석하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직후인 4일 세르게이 이바노프 비서실장,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 등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최측근 12명을 소집해 무력 개입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푸틴은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 시도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내 거짓임이 드러났다.

모스크바에서 분리독립 지지파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동안 푸틴은 크림 자치공화국 대표단을 맞아 러시아 연방의 새 공화국 일원이 되겠다는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과 외교 관측통들은 한결같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개입 결정은 치밀하고 장기적인 검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대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측에 대한 푸틴의 뿌리 깊은 배신감과 분노에서 비롯된 즉흥적인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무력 개입을 결정한 국가안보위 회의에는 개입에 따른 서방 진영의 경제 제재와 이에 따른 후유증을 점치는 외무부 고위 관리들이나 비교적 자유 성향의 참모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대신 푸틴의 독단적인 논리가 전적으로 회의 분위기를 지배했다고 러시아 전문가인 표도르 루키아노프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푸틴의 결정을 보면 본능, 정치적 술수 및 감정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또 세계 지도자들과 만나면서 생긴 좌절감이 깊어지면서 푸틴은 경제 제재나 국제적 고립 위협에 무덤덤해졌다.

이를 반증하듯 그는 올해 여름 소치에서 개최될 예정인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을 거부하겠다는 위협조차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중앙집권적 성향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러시아의 행동을 고칠 당사자는 오직 푸틴뿐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소장인 드미트리 트레닌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은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되기 전까지는 "매우 수동적"이었지만, 이후 급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과 러시아 정부 관리 누구도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개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푸틴은 대신 세바스노폴을 모항으로 하는 러시아 흑해함대에 대한 경비 강화를 지시했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러시아 정보기관을 다룬 공저 '새로운 양반층'(The New Nobility)의 저자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분명한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러시아의 전통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