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중앙정부 '정통성' 인정…"평화적 해결방안 모색"
러시아 압박 외교 강화…국제사회와 제재공조 협의


미국이 임시권력 형태의 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정통성있는 정부로 승인하고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고립화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특히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의 합병을 결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와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9일 밝혔다.

백악관은 논평에서 "야체뉵 총리의 이번 방문은 위기의 시기에 영감을 주는 용기와 참을성을 보여온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는 친(親)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한 이후 권력을 잡은 야권 주도의 현 임시정부를 정통성 있는 정부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AP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야체뉵 총리를 워싱턴에 초청함으로써 그를 우크라이나의 정통성 있는 리더로 간주한다는 신호를 모스크바에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백악관은 또 "오바마 대통령과 야체뉵 총리는 크림자치공화국에 대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개입에 대한 평화적 해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 방안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을 존중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어 "두 지도자는 우크라이나가 경제난을 극복하도록 국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5월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열망을 충족하고 우크라이나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림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합병을 결정하더라도 이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니 블링큰 부보좌관은 이날 NBC, CNN 등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가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할 경우 진정한 비용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러시아 금융시장이 폭락하고 루블화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투자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동맹·우방들과 공조한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며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갖춰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상황은 러시아의 선택에 달렸다"며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 것인가, 아니면 더 큰 고립에 직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칠레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부통령도 중남미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12일 워싱턴에 올라와 회담에 합류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