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기 과천 재건축시장도 '훈풍'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에 빠졌던 서울 강동과 경기 과천 등의 재건축 시장에 최근 온기가 돌고 있다.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와 전셋값 고공 행진으로 주택매수세가 형성되면서 이들 재건축 예정 아파트 밀집지역에 매수 문의가 늘면서 호가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인접 지역인 강남·송파구 등에서 작년부터 나타난 ‘시세 반등’이 일부 단지의 사업 추진과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기관 이전으로 집값 하락이 지속됐던 과천의 경우 올 들어 ‘저평가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미미하지만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단지 사업 재개 주목

16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와 경기 과천시 일대 재건축 예정 아파트 가운데 일부 단지가 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의 경우 상반기 이주계획을 세우고 조합원 아파트 분양 신청도 받고 있다. 사업 재개 움직임과 함께 조합원들의 매도 호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59㎡(18평)형은 작년 말 5억5000만원에서 이달 초 5억7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 고덕주공 인근 LG부동산의 강종록 대표는 “조합원 간 갈등이 해소되고 사업 진행이 가시화되면서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1만1066가구 신축 예정)인 둔촌주공도 최근 조합과 상가주민 간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사업 지연 우려가 덜어졌다. 인허가(건축심의) 재추진으로 매도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주택경기 침체로 일제히 사업이 중단됐던 과천 재건축시장도 올 들어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천시 원문동 미주공인의 이승수 대표는 “그동안 멈춰 섰던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재건축 인허가를 다시 챙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작년 9월 5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던 2단지 59㎡형의 호가가 3000만원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강남 투자수요 분산 ‘주목’

모처럼 돌아온 강동·과천권 재건축시장의 ‘온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회복 추세로 돌아서긴 힘들지만 강남·송파 등 주변 지역의 재건축 회복 징조가 주변으로 서서히 확산될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고덕주공2단지(2600가구)는 작년 12월과 지난달 거래가 15건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슷한 규모의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2841가구)는 41건이 거래됐다. 둔촌주공4단지(2180가구)와 과천주공2단지(1370가구)의 매매 건수도 10건 이하로 집계되는 등 아직 거래는 부진하다.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소폭 늘어난 강남권 재건축 중심의 거래가 인근 강동·과천, 강북권으로 고르게 확산되기에는 가게부채 등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주변 악재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