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년실업 해법 직업교육에 있다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39.7%로 사상 처음 30%대로 떨어졌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9위로 미국 55.7%, 일본 53.7%, OECD 평균 50.9%보다 훨씬 낮다. 정부는 2017년까지 청년고용률을 47.7%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청년고용을 끌어올리는 유용한 해법은 무엇일까.

최근의 청년실업은 잡 미스매치 현상과 관련이 깊다. 베이비부머 세대 등 50·60대 중노년층 고용은 늘어난 반면 20대 고용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35%에 이르고 있고, 특히 10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은 기술자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청년일자리 문제는 무엇보다 적극적 기업투자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정석이다. 투자율은 1980년대 12.7%에서 1990년대 9.1%, 2001~2012년 3.4%로 낮아지고 있다. 최근의 투자 위축은 수익성 위기와 함께 통상임금, 경제민주화 입법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업투자를 옥죄는 규제와 포퓰리즘적 제도를 과감히 혁파해야 하는 이유다.

탄탄한 직업교육이야말로 실효성 있는 대안이다. 마틴 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고교 교육을 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최고 수준의 독일 청년고용은 체계적 직업교육의 산물이다. 1주일에 3일은 현장에서 실습하고 2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병행하는 듀얼 시스템이 제조업 강국을 만들었다. 독일 경제의 히든챔피언인 중견기업 미텔슈탄트의 최고경영자와 공장장 다수가 직업교육생 출신이다. 2012년 글로벌 강소기업의 48%가 미텔슈탄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3국의 도제 교육 비율은 55~70%에 달한다. 숙련된 기술인력 덕분에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보다 실업률이 현저히 낮다. 영국도 이런 추세에 부응해 약 85만명이 도제 교육을 받고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부르짖는 미국이 양질의 기술인력 부족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폭스바겐은 현지공장이 있는 미국 테네시주 차타누가에서 3년제 도제식 훈련을 실시한다. BMW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리어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직업학교, 전문대학, 기술전문학교에서 직업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위스 사례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5년째 1위를 지킨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은 29%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직업학교에 진학한다. 400여개 직업학교에서 무료로 도제식 교육을 제공한다. 졸업생의 70% 정도가 현장실습한 기업에 취업한다. 모범적 산학협력은 이런 장인기술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같은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 취업 후 진학’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내 대학, 학점은행제, 재직자 특별전형 확대 등을 통해 일·학습 병행제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전문대학은 교육의 현장성 제고 등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고용유연성을 높여야 청년 취업의 숨통이 트인다. OECD의 비교연구는 고용구조가 유연한 나라에서 고용률이 늘어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무기계약직, 근로자 파견제 등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고용창출 기회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캐나다 등이 고용률 70%를 달성한 것은 시간제 임시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와 유연한 노동시장에 힘입은 바 크다.

서비스산업 규제완화도 시급하다. 취업자의 77%가 서비스 부문에서 일하지만 생산성은 2012년 기준으로 제조업의 44.5% 수준이다. 개방, 경쟁, 고급화 전략이 서비스산업의 성공 조건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도 내수와 일자리를 위해 규제를 과감히 풀고 있다. 청년이 살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