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을 방문했다. 소설 ‘개미’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이후 프랑스인보다 한국인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베르베르는 웃으며 말했다. “숨을 잘 쉬어야 합니다.”

심오한 대답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맥 빠지는 답일 수 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농담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매일 숨을 잘 쉬며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세상의 부와 명예를 다 가졌다 하더라도 단 몇 분간만 숨을 쉬지 못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이렇게 보면 짧게는 오늘 하루, 길게는 한 인생을 그럭저럭 별 탈 없이 숨쉬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호흡은 감정과 직결된다. 화가 났을 때 사람들은 씩씩거리며 가슴 위에서 짧고 얕은 호흡을 한다. 사랑에 설렐 때도 가슴이 요동치며 숨이 급해진다. 행복하거나 안정감을 느낄 때 호흡은 깊고 차분하다. 감정의 기복에 따라 호흡이 좌우되는 셈이다.

반대로 호흡을 다스려 감정과 생각을 정돈할 수도 있다. 가슴에서 배꼽 아래로 숨을 가라앉히며 복식호흡을 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서 숨을 잘 쉬는 사람들이 대체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

이제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100세 또는 그 이상까지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동안 인생을 60~70년 정도의 호흡에 맞춰 살아왔는데, 이제는 몇 십년을 더 살게 된 것이다.

단거리 경주하듯 가쁜 숨을 쉬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100세 시대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짧은 호흡의 시대를 살다가 긴 호흡의 시대로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서다. 프랑스 태생의 명상가이자 승려인 마티유 리카르는 “행복은 훈련으로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길어진 인생에 맞는 호흡법을 훈련하면 우리는 한층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까. 일단 머리와 팔다리를 흔들어 몸의 힘을 빼고 내려놓는다. 눈을 감고 깊게 복식호흡을 하며 내 마음을 깊고 푸른 바다라고 상상한다. 가끔 밀려오는 상념은 하얀 파도라고 생각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도록 내버려둔다. 바다는 고요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급할 것도 서운할 것도 없다.

매일 3분 정도 이렇게 숨쉬기 훈련을 하다보면 길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