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내 처음으로 무인발렛주차 기술을 선보인 기아자동차 스포티지R. 연구원 측은 2010년부터 지난 4년간 총 6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내 처음으로 무인발렛주차 기술을 선보인 기아자동차 스포티지R. 연구원 측은 2010년부터 지난 4년간 총 6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다.
[ 김정훈·최유리 기자 ] 지구촌 이목이 집중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4년간 실력을 갈고 닦은 선수들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국가 대표 기술을 뽐내는 장이기도 하다.

국내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진도 평창 올림픽을 국제 데뷔 무대로 점찍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오는 2018년께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 시점을 발표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주춤거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일 찾은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율주행차량의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인 대표적인 국내 연구기관이다.

ETRI는 2010년부터 정부 과제의 일환으로 무인주차기술 연구에 돌입해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이 기술을 시연해 보였다.

ETRI가 선보인 무인발렛주차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또 주차된 자동차를 사용자가 내렸던 위치까지 정확히 호출하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우면 차체에 부착된 카메라 센서가 주변 상황을 인지해 차가 스스로 주차 공간을 찾아간다. 일부 상용차에 적용된 주차보조시스템과 달리 운전자가 변속기어나 가속 페달, 브레이크 등을 작동시키지 않아도 된다.

ETRI는 기아차 스포티지R을 개조해 관련 기술을 연구해왔다. 연구용 차량엔 5개의 카메라 센서와 10여개의 초음파 센서가 달려 있고, 주차면에도 미리 센서를 설치해 완전 자동 주차를 유도하는 기술을 채택했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ETRI는 무인주차기술을 2018년 평창올림픽에 선보일 무인셔틀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운전자가 없는 셔틀버스가 평창을 찾는 해외 선수단과 바이어들의 이동 수단이 된다는 얘기다.

ETRI 자동차인프라협력연구실 민경욱 책임연구원이 무인주차 시스템을 얹은 기아 스포티지R 개조차 앞에서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ETRI 자동차인프라협력연구실 민경욱 책임연구원이 무인주차 시스템을 얹은 기아 스포티지R 개조차 앞에서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이를 위한 자율주행기술도 확보한 상황이다.

ETRI 자동차인프라협력연구실에서 만난 민경욱 책임연구원은 "운전자 조작 없이도 장애물 인지와 차선 변경이 가능한 기술"이라며 "시속 4km 내외로 주행하는 무인주차기술에서 더 나아가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5년 안에 무인주차기술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상용화를 위해선 현재 수억원대인 센서 부품의 가격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민 연구원은 "차량이나 장애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면 수억원에 이르는 GPS와 센서들이 필요하다"면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려면 관련 부품이 수백만원대로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TRI의 연구 과제는 정부의 추가 지원이 확정되면 진행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연구 과제'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량을 눈여겨 보고 있다. 올해 안에 해당 연구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연구원은 "정부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메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출연 기금이 확정되고 이를 ETRI가 가져가게 된다면 관련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한경닷컴 김정훈·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