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천만원씩 월급처럼 챙겨…내부 감사기능 작동 안돼

대기업 임원과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거액의 받아 챙기는 등 속칭 '갑질'을 한 것이 밝혀진 데 이어 부산의 대기업인 화승그룹 계열사 임직원 5명도 납품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외사부(나찬기 부장검사)는 화승그룹 계열사 임원 5명이 2008년부터 약 5년간에 걸쳐 납품업체로부터 12억5천여 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8일 밝혔다.

이 임원들은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대담하게 수표와 계좌로 금품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납품업체에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부정한 돈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 명품을 구입하는 등 사치와 재산 증식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임원의 집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금고 안에 납품업체에서 받은 돈으로 구입한 샤넬, 루이뷔통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명품시계, 가방, 보석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임원들은 납품업체에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현금이나 수표로 받았고 계좌로 월급처럼 받는 등 다양한 형태로 금품을 받아 챙겼다.

이 회사 전무이사였던 A(50·구속)씨는 납품업체로부터 오피러스 승용차를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납품업체로부터 매월 1천만원씩 수표로 받는 등 5억2천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임원은 납품업체로부터 부인계좌로 매월 300만원씩을 송금 받기도 했다.

다른 2명의 임원은 납품업체를 설립해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제품을 회사에 납품하도록 한 다음 7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회사 중국법인의 대표로 근무한 한 임원은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뒤 이를 불법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에 반입했다.

납품업체에서 받은 돈의 일부를 상급자에게 상납하는 임원들간 상납구조도 드러났다.

D(48·구속) 이사는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금품 일부를 E(50) 이사에게 상납했다.

E 이사는 다른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금품 일부와 D 이사로부터 받은 돈을 합쳐 전무였던 A씨에게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 임원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은 일부 납품업체는 회사 측의 일방적인 거래중단으로 거액의 빚을 져 부도가 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죄의식이 거의 없는 등 대기업 간부들에게 만연한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고 했다.

추의정 부산지검 외사부 검사는 "회사 내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장기간에 걸쳐 회사 임원들의 비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화승 측 관계자는 "수사대상이 된 임원 5명 중 3명은 회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법적인 다툼이 예상된다"며 "회사차원의 조직적인 납품비리는 아니고 개인비리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