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가운데)이 30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1일 오전 11시까지 조합원 현장 복귀’를 발표한 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왼쪽)과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가운데)이 30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1일 오전 11시까지 조합원 현장 복귀’를 발표한 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왼쪽)과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최장 기간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가 30일 파업을 철회하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알려진 철도노조가 정부의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에 반발해 결사적인 파업을 벌였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원칙 대응 기조에 밀려 별다른 소득 없이 두 손을 들고 말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뤄진 첫 공공기관 파업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공공부문 ‘대표 파업’ 진화

[철도파업 22일 만에 철회] '파업열차' 멈춰세운 여세 몰아…정부, 공공기관 개혁 속도낸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원칙이 지켜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다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노조가 섣불리 집단이기주의를 앞세워 발호하는 양상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 비판적인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정부가 불법파업 노조와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 특히 그렇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번 파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개혁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관심을 모았다.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근절을 핵심 과제로 내걸고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노조 가운데 가장 막강한 조직력을 가진 철도노조가 정부의 개혁에 반발하면서 ‘공공부문 대표’로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파업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 노조의 첫 파업이었다. 철도 운행률이 떨어지고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끝까지 철도노조와의 대치국면을 각오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보였다. 다른 공공기관 노조들도 철도노조 파업에 대응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는 앞서 지난 11일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을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개혁에 소극적인 공공기관장에 대해선 임기 중에라도 해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조와의 불합리한 단체협약 규정을 개선할 것을 강력 요구했다.

코레일은 부채만 17조원에 달하는 데다 고용승계 규정 등 불합리한 노사규정을 갖고 있어 정부의 주요 타깃으로 꼽혔다. 정부는 코레일 개혁을 위해 경쟁체제 도입을 해법으로 내놨고 철도노조는 이를 민영화로 규정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 “경쟁체제 되돌리지 못할 것”

역대 정부에선 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가 처음에는 ‘원칙 대응’을 강조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타협을 시도할 때가 많았다.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 측 손실에 대해서도 파업이 끝난 뒤 유야무야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 직후 곧바로 파업 근로자를 직권면제하는 초강수를 뒀고 이후 대체인력 투입에 나섰다.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관사 신규 채용 방침을 발표하며 노조 측을 압박했다.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철도노조의 ‘수서발KTX 자회사 면허 발급 취소’ 요구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철도파업 철회에 정치권의 중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정부가 끝까지 원칙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철도노조의 투항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철도부문 경쟁체제는 정부 방향대로 가게 됐다”며 “공공성을 담보하는 조건에 설사 ‘민영화 반대법’을 정치권이 못박더라도 경쟁체제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