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특허가 끝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시장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특허가 풀려 복제약(제네릭)이 쏟아지면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이 급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글리벡은 지난 6월 특허가 만료한 이후에도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연 900억원 규모인 백혈병 치료제 시장에서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은 특허가 만료된 이후 매출이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쏟아낸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시장점유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한국노바티스는 특허 만료 직후 글리벡 가격(100㎎ 기준)을 1만4897원으로 30% 낮췄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 9월부터 오리지널의 최대 4분의 1 가격인 3000원대까지 낮춰 가격 경쟁을 벌였다. 제품을 내놓은 업체도 동아ST 종근당 보령제약 등 15개사에 달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사례처럼 제네릭이 출시되면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이 직격탄을 맞는 게 일반적이지만 글리벡은 종합병원에서 많이 쓰는 처방 의약품이기 때문에 제네릭으로 옮겨 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ST 관계자는 “생명과 직결된 백혈병 치료제여서 아무래도 의사들이 제네릭으로 처방을 바꾸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며 “제약사들이 영업으로 뚫기 어려운 종합병원 중심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네릭 처방이 건강보험 재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환자들에게는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도 한 원인이다. 백혈병 치료제는 단일 의약품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가장 큰 의약품이어서 정부는 값싼 제네릭 처방 활성화를 원하고 있지만 약값에서 본인부담금 비중이 5%에 불과해 환자 입장에서는 처방을 옮겨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병원 약사위원회를 통과한 제네릭이 늘어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