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중진공 이사장 "세금정산도 온라인으로 하는데 정책자금 신청 긴 줄 말이 되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전국 31개 지역본부와 지사 앞에는 매달 초와 중순에 긴 줄이 생긴다. 중진공이 집행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늘어선 줄이다.

올해는 창업 지원과 개발기술 사업화, 경영안정화 명목으로 총 2만3000건의 정책자금 지원 신청이 들어왔다. 건당 처리 시간은 평균 20~30분이다. 이 업무로 인해 매달 1~3일, 11~13일은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사진)은 “새벽부터 긴 줄을 서야 하고 때로는 마감 때문에 줄이 끊겨 중간에 돌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며 “내달 2일부터는 온라인으로도 정책자금 신청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중진공 홈페이지(www.sbc.or.kr)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뒤 안내에 따라 신청 절차를 밟으면 나중에 중진공 직원과 상담할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초 이 문제를 보고받은 뒤 정책자금 온라인신청 시스템 도입을 지시했다. 그러나 복잡한 신청 과정을 표준화하기가 힘들고, 중소기업인들이 그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하더라도 정착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세금 연말정산 시스템도 온라인으로 만드는 마당에 정책자금 신청을 인터넷으로 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시스템은 지난 10월 완성돼 11월 한 달 동안 전국 본부·지사에서 시범 서비스를 거쳤다.

박 이사장은 “정책자금 취급 공공기관 중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며 “공공기관 업무 효율성과 고객 편의를 개선하는 획기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진공은 각 지역본부와 지사를 통해 서비스 안내 문자를 보내는 한편 시스템 개통을 모르고 지사 등을 방문한 고객에게는 현장에서 온라인 신청 절차를 알려주기로 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