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2014년 화두는 단연 '리스크 관리'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 기업 부실 확대 등으로 고전 중인 은행들이 새해 경영 전략으로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다만 최악의 시기가 지난 만큼 내년에는 신규 사업 및 해외 진출 등 새 성장동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 수익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짰다.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이 내년 공통 화두로 삼는 이슈는 단연 리스크 관리다. 순이자마진(NIM)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구조조정 지속에 따라 대손비용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리스크 전문가’들이 잇따라 은행 사령탑에 앉은 점도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키운 요인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경영 화두로 ‘운영 리스크 관리’를 내세웠다. 일본 도쿄지점 부당 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등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내부통제 기강 마련이 시급함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일련의 사건들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어떤 직원이 (해외 점포에) 가더라도 문제가 안 생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민영화를 앞두고 몸집을 가볍게 하고 자산 건전성을 높여 은행의 가치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서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구조조정 기업을 제외한 부실채권을 내년 안에 최대한 털어내 자산 클린화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경기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위험가중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비하는 등 자본 적정성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김주하 행장은 “여신심사 기능 강화 등을 통해 업무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며 “특히 카드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별도 손익관리 체계를 만들고 상품별 성과관리 방안을 수립,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 확보도 과제

은행들은 새 수익 기반 마련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새 돌파구를 찾는 전략이다. 특히 신한과 하나은행이 새 서비스와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내년에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이미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며, 인도 지점을 법인화하고 중동·아프리카에 신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중국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영업력을 확대해 해외 수익 비중을 늘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새 사업 모색에도 의욕적이다. 신한은행은 ‘창조적 도전, 차별적 성장’을 내년 화두로 정했다. 40~60대 대상의 은퇴 비즈니스와 규모가 작은 우량 중소기업(비외감법인) 대상 영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은행은 스마트금융 강화 등 고객 기반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종준 행장은 “경쟁 은행들보다 여전히 고객 기반이 취약하다”며 “특히 중소기업 고객을 늘리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뱅킹의 편의성을 높여 점포 밖의 고객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장창민/박신영/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