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가공 스낵업체인 헵시바F&B 직원들이 전남 나주에 있는 가공공장에서 ‘건조배 과자’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헵시바F&B 제공
배 가공 스낵업체인 헵시바F&B 직원들이 전남 나주에 있는 가공공장에서 ‘건조배 과자’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헵시바F&B 제공
#.제주도의 e제주영농조합법인은 감귤주스를 짜낸 뒤 남은 찌꺼기를 모두 모아 보관한다. 찌꺼기와 감귤 껍질로 감귤잼과 감귤비스킷, 마멀레이드 등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동안 그냥 버려졌던 연간 80이 넘는 착즙박(과즙을 내고 남은 폐기물)을 또 다른 감귤식품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영농조합법인 산새미는 폐기돼왔던 제주산 말 부산물을 활용해 스킨과 로션 등 화장품을 만든다. 콜라겐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한 말 태반을 사용해 피부재생에 좋은 기능성 화장품을 제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3억여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찌꺼기’로 수십억원 매출

말 태반 활용한 화장품·귤 껍질로 만든 잼…'강소農' 일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0일 ‘2013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농어업인과 중소기업이 손잡고 농·축·수산물을 활용해 혁신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대표 업체 25곳을 소개했다. 농식품부는 중소기업청과 함께 매년 300곳의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을 선정, 초기자금과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곳이 버려졌던 농수산물 부산물로 신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다. 김 부산물을 활용해 과자를 만드는 제과제빵업체 ‘강동오케익’도 우수사례로 꼽혔다. 이 업체의 강동오 대표는 “김 소비가 늘고 있는 중국 유럽 등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선 다양한 해조류 가공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에 쌓아온 제과기술을 활용해 부산물로 김 과자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비락지앤비’는 참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해 한방음료를 개발했고, ‘밤뜨래’는 밤 박피 시스템을 개발해 깐밤, 냉동밤, 밤양갱 등 밤 전문 제품을 내놓았다. 오디를 활용한 염색약, 옥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불가사리 콜라겐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을 내놓은 곳들도 있다. 모두 융합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업체들이다.

농공상 융합형 기업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0년 38억5200만원에서 지난해 41억8100만원으로 8.5% 증가했다. 계획 대비 달성률이 50%를 초과했다고 답한 선정 기업의 비율이 47%, 90%를 넘었다는 기업이 35%로 경영목표 달성률도 높았다. 김진진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장은 “특정 기업의 매출액이 대폭 늘어나기보다는 지정 업체 전반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며 “농수산물에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더해져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결과”라고 말했다.

◆서민 일자리 크게 늘어

농식품부와 중기청이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 육성에 골몰하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해 농·축·수산업을 활성화시키고, 관련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농정연구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품산업이 10조원 성장하면 농어업 분야는 2조7000억원 커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산업은 취업유발계수(17.1명)가 매우 높아 서민층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중요하다”며 “신개념 식품산업을 활성화하면 일자리 증가는 물론, 고부가가치 창출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공상 융합형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수는 2010년 4121명에서 올해 6월 5516명으로 34%나 증가했다. 이 중 상근 근로자의 비중이 85%다. 기업 선정 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창호 창업진흥원 본부장은 “기업들의 전반적인 매출이 늘어나면서 고용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농어업과 식품제조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 전복장조림을 만드는 업체 ‘청산바다참전복’은 전복양식 생산 어가들과 협력체계를 구축, 지역 어가들의 수익이 크게 늘었다. 이 업체에 전복을 공급하는 어가는 지난해 22곳에서 올해 6월 32곳으로 증가했다. 순무칩과 순무말랭이 등을 제조하는 ‘강화명품’은 한 달에 한 번씩 순무농가를 대상으로 가공용 순무 재배교육을 무료로 하고 있다. 순무 재배농가들의 생산성을 높여 농가 소득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수출에 성공한 곳도 많다. 생감귤 초콜릿을 만드는 ‘제키스’는 일본과 홍콩 등에 올해 1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강동오케익은 중국과 태국에 7만달러 규모의 김 과자를 수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출 컨설팅과 판로 지원을 받은 결과다.

박종서 aT 수출 담당이사는 “해외에서 비빔밥이 인기를 끌면서 비빔나물 개발업체나 웰빙김치 개발업체 등의 수출도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