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대로 고용·투자 위축…더 떨어질 수도
재계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제시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 3.7%를 밑도는 것이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노동 이슈가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경연은 25일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내고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올해 2.6%, 내년 3.4%로 각각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10월 발표한 2.4%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0월과 동일하다. 한경연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겠지만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2.9%)보다 0.7%포인트 높은 3.6%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 ‘아베노믹스’의 불확실성 지속과 경제정책 기조 전환에 따른 중국의 성장 둔화, 원·달러 환율 하락과 무역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 악화는 한국의 수출 회복세를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에서도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상환), 경제민주화 입법 등으로 소비·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연은 특히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임금산정기를 넘어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난 18일 대법원 판결은 기업 투자와 고용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0인 이상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는 첫해 약 11조3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고용노동부 임금제도개선위원회는 추정했다. 또 지난 4월 말 통과된 정년 60세 법안도 직급이 높은 고연령 인력을 양산해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근로 확산도 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연은 노동 이슈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편 방향 논의에는 △저소득층의 고용과 소득 확대에 기여 △대기업 정규직·노조 중심의 노동시장 이분화 극복 △직무와 성과, 능력, 역할 중심의 보상체계 구축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배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3.4%는 통상임금 확대 등 노동 이슈의 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사실상 최대치”라며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충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경연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1.2%)보다 높은 2.2% 수준으로 예상했다. 공공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국제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올해 691억달러 흑자보다 소폭 감소한 633억달러 흑자로 예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