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BM디지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연말 쇼핑 대목인 지난 20~22일 미국 온라인 쇼핑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여직원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피닉스AP연합뉴스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BM디지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연말 쇼핑 대목인 지난 20~22일 미국 온라인 쇼핑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여직원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피닉스AP연합뉴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발표된 10월 신규주택 판매 확정치는 5년래 최대치를 나타냈다. 11월 내구재 제조 주문 증가율도 예상치를 훌쩍 웃돌았다.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미 국채 가격은 다시 하락(국채 수익률 상승)하고 있다.

◆긍정적 지표 발표 잇달아

美 소비·제조업·주택 판매 호조…위험자산도 투자 활기
이날 미 상무부는 당초 44만4000건으로 집계했던 10월 신규주택 판매건수를 47만4000건으로 상향 조정했다. 2008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11월 신규주택 판매 잠정치 역시 46만4000건으로 전문가들의 전망치(44만5000건)를 뛰어넘었다. 지난여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에도 주택시장 회복세가 계속되고 있다.

내구재 제조 주문도 전달 대비 3.5% 늘어나며 예상치인 2%를 훌쩍 웃돌았다. 그만큼 제조업 가동률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지난 5월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에서도 낭보가 전해졌다. 연말 대목이었던 지난 20~22일 온라인 쇼핑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IBM디지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면서 3.1% 감소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을 상쇄했다.
채권값 떨어지고, 주식 오르고

미 국채가격도 내리고 있다. 소비, 제조업, 주택 경기 모두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이 국채를 빠르게 내다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뱅크오브도쿄 미쓰비시UFJ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러프키는 “경제성장이 빨라지면 신용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채권 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연 2.985%까지 치솟아 3%에 육박했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던 지난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결국 전날보다 1.68% 오른 연 2.981%에 장을 마쳤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개선된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채권 가격 하락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Fed는 지난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1월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월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Fed는 이후 경제 상황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양적완화 규모를 더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39% 올라 지난 18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올해 들어 49번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다만 테드 에이크 윌링던자산관리 채권팀장은 “속도가 완만하면 괜찮지만 국채 수익률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 증시와 실물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기업과 개인은 물론 외국 기업들의 달러화 대출 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양적완화 축소 예고 당시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3%를 돌파하면서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져 증시와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바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노경목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