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농협·새마을금고, 뒷돈대던 錢主서 IB 주전 선수로
마켓인사이트 12월25일 오전 11시55분

농협, 새마을금고 등 주로 서민들과 지역 단위 조합을 기반으로 성장한 ‘토종’ 금융회사들이 인수합병(M&A) 사모펀드(PEF) 등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조합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지만 급속한 외형 확대에 따른 경영부실 등의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 M&A 시장 ‘단골손님’


농협경제지주는 이달 초 국내 1위 종묘회사 농우바이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추정 인수 가격은 2000억~3000억원대. PEF인 IMM PE, 스틱인베스트와 ‘3파전’ 구도다. 뒤늦게 참여했으나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라는 이유로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4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 1조1500억원, 인수 대상 총자산 35조원의 매머드급 M&A다. 실무진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본격 추진하기 전 경남은행, 광주은행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에 실패했다면 업계 ‘빅4’인 LI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NH농협은행은 PEF를 통해 웅진식품,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도 추진했었다.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향후 농협은행의 M&A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PEF업계는 관측했다. 농협은행은 내년까지 블라인드(사전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 않는 방식) PEF 규모를 5000억원 안팎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우리도 있다”

자산 규모가 104조원에 이르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미 국내 자본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대접받고 있다. 국내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세 차례 추진했다. 동양생명, 코웨이 등 다수의 대형 M&A에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방식으로 투자했다. MG손해보험, 채권추심회사인 한신평신용정보 M&A는 SI로 주도했다. PEF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포기한 투자에 대해 다른 연기금도 투자를 중단하기 시작하자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업계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중앙회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다시 활발하게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단해온 블라인드 PEF 출자도 검토 중이다.

1960~1970년대 농어촌 지역 ‘풀뿌리 금융’으로 커온 농협과 새마을금고가 자본시장에 활발히 뛰어드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되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와 무관치 않다. 채권 투자를 통해 목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거두기 어려워지자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PEF와 같은 대체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M&A시장에 금융사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M&A에 나서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PEF 운용사들은 이들과 직접 경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PEF에 돈을 대는 주요 투자자(LP)들이기 때문이다.

목표 리스크 관리 능력 중요

농협과 새마을금고가 대형 투자를 잇따라 추진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략적 목표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차근차근 검증받지 않고 덩치를 급속하게 불리면 대형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MG손해보험의 최초 인수가는 2000억원이지만 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런데도 회사 안팎에서는 “회사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은 벌써부터 ‘핵심 인력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핵심 임직원이 빠져나갈 경우 인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농협지주 관계자는 “앞으로 대형 M&A는 자제하고 우리투자증권 인수후통합(PMI)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