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단독] "CJ E&M 실적 사전유출" 애널들 줄소환

마켓인사이트 12월22일 오후 3시30분

불공정거래 근절 ‘컨트롤 타워’로 불리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증권사 수십여명의 애널리스트들을 줄소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애널리스트들은 CJ E&M 관계자로부터 실적 악화 정보를 듣고 펀드매니저에게 제공해 손실 회피를 도왔다는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단은 처음으로 애널리스트 상당수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방식으로 내달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며, 증권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어닝쇼크’ 손실 회피 종용 혐의

22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조사단은 게임·엔터테인먼트 담당 애널리스트를 잇따라 소환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주 상당수 애널리스트를 조사했고 이번주에도 줄줄이 소환할 예정이다.

[마켓인사이트 단독] "CJ E&M 실적 사전유출" 애널들 줄소환
불공정거래 혐의는 두 달 전인 10월16일 발생했다. 당일 개장 전 애널리스트들은 CJ E&M 관계자에게서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애널리스트 추정 평균)인 200억원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분석 보고서를 쓰기 전 같은 계열이나 평소 친분이 깊은 펀드매니저에게 알려 일반 투자자에 한발 앞서 매도할 기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들어 석 달반 동안 CJ E&M 주식 136만주를 순매수했던 기관투자가들은 16일 하루에만 106만주(406억원)를 팔아치웠다. 이 여파로 CJ E&M 주가는 장중 한때 10% 이상 떨어졌다가 9.45%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11월 중순 CJ E&M이 3분기 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하기 한 달 전에 벌어진 일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내부자정보를 이용해 직접 주식을 매매하지 않더라도 타인(펀드매니저)으로 하여금 주식을 매매하도록 종용했다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

사법경찰권을 갖고 있는 자본시장조사단은 이와 관련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뒤 애널리스트를 소환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조사단 첫 주도 사례

이번 애널리스트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근절’ 특명을 내린 뒤 지난 9월 출범한 자본시장조사단이 주도하고 있는 첫 번째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다. ‘상장사 재무 및 IR(기업설명)팀→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기관투자가)’로 이어지는 불공정거래 ‘관행’을 증시 건전성을 해치는 중대 ‘사건’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상장사 IR 담당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에게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정보를 차별적으로 알려주고, 일부 애널리스트는 분석리포트를 내기에 앞서 이 같은 정보를 ‘큰손’ 고객인 기관투자가에 제공해온 것은 공공연한 업계의 ‘비밀’이었다.

이 같은 행위는 공정공시 제도를 위반한 데다 내부자거래 혐의까지 있어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됐으나 실제 금융당국이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펀드매니저는 2차 정보 수령자여서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금융위는 2차 정보 수령자도 과징금 등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개정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애널리스트 등을 형사 고발해 증권업계에 관행처럼 벌어지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사이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