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양적완화 축소, 장기적으로 호재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결정은 분명 이머징마켓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1, 2차 양적 완화가 종료될 때 모든 이머징마켓에서 주가, 환율, 채권가격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인한 한국 증시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한국 증시가 미국의 양적완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자금 팽창에 대한 수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기간 동안 아시아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의 선택을 받은 지역은 동남아였다. 이들 국가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는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60조원에 달했으나, 한국 증시에 대해선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양적 완화 축소 논의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외국인 자금의 흐름은 반대로 나타났다. 즉, 한국 증시를 사들인 반면 동남아 증시를 매도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속도가 가파르지만 않는다면 우리 증시가 받을 충격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미국 양적 완화 축소의 배경이 미국 경기 회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수출 국가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경기가 더 호전되고 이에 따라 세계 경기가 더 개선될수록 한국 수출의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으나 글로벌 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한국 증시의 득실은 단기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이지만 길게 보면 미국 경기 호전에 의한 세계 경기 안정화라는 호재를 얻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