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5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삼성, 퀄컴 등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퀄컴 꺾어라"…中정부, 반도체에 50억弗 투입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정부자금 50억달러를 투입해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반도체 생산과 설계·연구시설 확충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적극 지원해 중국판 반도체 대기업도 만들기로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반도체 구매에 쓴 돈은 1016억달러에 이른다. 컴퓨터와 TV는 물론 태블릿,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생산이 증가하며 반도체 소비를 늘려왔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고급 반도체 기술을 갖추진 못했다. 이번 발표는 앞으로 반도체도 중국 자체 기술로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1000억위안(약 163억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내 사업에 대한 견제도 강화했다. 미국 반도체 생산업체 퀄컴은 중국에서 반독점 혐의로 제소된 상태다. 시스코도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 도청 혐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사 때문에 “중국 사업에서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업체들의 M&A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에선 중소 반도체 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중국에는 매출 1억위안(약 170억원) 이상의 업체만 127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무관한 투자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50억달러인 중국 반도체 펀드 규모로는 생산라인 하나 건설하는 데만 7조원 이상이 드는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에 진출하기 힘들 것으로 국내 업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소규모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 지원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내 업체들의 전망이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퀄컴이나 대만 미디어텍처럼 세계적인 팹리스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왔다.

남윤선/정인설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