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기금리 급등…유동성 위기 다시 오나
중국 금융시장에서 또다시 단기금리가 치솟는 등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인민은행이 긴급히 자금 수혈에 나섰지만 연말 자금수요 증가와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등의 악재가 겹쳐 지난 6월에 있었던 돈 가뭄 현상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19일 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단기유동성조절도구(SLO)를 이용해 시장에 유동성을 풀었다”고 긴급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앞으로도 시중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경우 조건이 부합되는 금융기관에 신속하게 SLO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SLO는 인민은행이 12개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이 부족할 경우 7일 이내의 단기 대출을 해주는 제도로 지난 1월 도입됐다.

인민은행은 SLO를 통한 자금 공급시기와 규모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중국 언론들은 19일 오후 2000억위안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9일에 일부 은행이 자금 결제를 못해 은행 간 거래 마감시간이 오후 4시30분에서 5시로 연장됐다”며 “인민은행의 자금 공급을 받아 겨우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은행들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연말 자금 수요가 폭증한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자금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이후 2주일 이상 역환매채(reverse RP) 발행을 중단하고 자금을 풀지 않았다. 대신 19일에 만기가 돌아온 400억위안의 정기예금을 회수해가는 등 이달 들어 840억위안을 거둬들였다.

김한수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올해 1~11월 광의의 화폐(M2) 증가율은 14.1%로 올해 목표치 13%를 이미 크게 초과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개월째 3%대를 기록하고 있어 인민은행은 연말까지 돈줄을 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QE 축소도 중국 금융시장을 더욱 경색시키고 있다.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14일물 상하이은행 간 금리는 19일 하루에만 1.14%포인트나 급등했다. 또 1개월물 금리는 장중 8.8%까지 치솟는 등 지난 6월 단기 유동성 위기 사태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상하이은행 간 금리는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20일에도 상승세를 보여 1개월물 금리가 7.53%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이날 상하이 증시는 2.02% 하락한 2084.7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은 1개월물 금리가 13%를 넘어선 지난 6월과 같은 극심한 유동성 위기 현상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는 단기금리 급등 현상이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신은만국증권은 보고서에서 “인민은행의 긴축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인민은행이 SLO를 통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확인한 만큼 자금 경색 상황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