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은 대다수 국내 기업에 아직 낯설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재 영입 과정에서 한번쯤은 고민하게 될 존재다. 글로벌 전문인력으로서의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얼마전 방한한 국제 노동문제 전문가 마놀로 아벨라 옥스퍼드대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나오는 특허출원수와 외국인 유학생의 유입규모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선진국일수록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고급 두뇌를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위상이 올라가면서 외국인 유학생 수가 크게 늘어나 8만6000여명에 달한다. 10년 전의 7배다.

하지만 국내 노동시장에 편입되는 외국인 유학생은 극소수다. 2009년 45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당 평균 21.2명이지만, 이 가운데 국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1.1명에 불과했다. 매년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에 수천 명의 유학생이 몰리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진 사례는 수십건에 불과하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의사소통 문제다. 한국어가 매끄럽지 않다 보니 인력의 활용범위가 좁고, 기업은 이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국내 기업에선 대부분 회의를 통해 업무 분배와 성과 관리가 이뤄진다. 수시로 열리는 회의에서 별도의 통역을 쓰기도 어렵고, 직원들에게 영어 소통을 강요하기도 쉽지 않다.

제도적인 장애물도 있다. 이공계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 인턴으로 채용되는 것은 최근에야 허용됐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 의지도 낮다. 외국인 유학생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8%가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현지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업들은 외국인 유학생에게서 잠재력을 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원 100명 이상 기업 112개사를 대상으로 ‘해외 인턴인력 채용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외국인 전문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 64.3%가 ‘해외영업직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엔 사회적 배경도 맞물린다. 맞벌이와 늦은 결혼, 고령 출산 등으로 저(低)개발국의 주재원을 선발하는 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고급 두뇌' 유치전쟁…한국도 외국인 유학생 활용해야
기업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이직에 대해 개방적이다. 따라서 조직문화를 강요하기보다 책임을 명확히 하는 식으로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물가가 국내보다 비싼 해외 지역으로 외국인을 파견할 때는 생활비 부족분을 어떤 방식으로 채워줄 것인지 미리 협의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 기업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근본 대안이 되긴 어렵다. 일부 분야의 수급 불균형을 단기적으로 해소하고, 회사에 충성도를 지닌 해외주재원 자원을 미리 키우는 데 의미가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한 채용정책이 중요하다. 분명한 목적이 있을 때만 외국인 유학생의 잠재력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강진구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ingoo@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