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강조하는 ‘소통’의 궁극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상호 이해’가 아닐까. 일방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대화도 있지만 이를 진정한 소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소통은 ‘관계’의 유지, 더 나아가 발전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관계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해야 하며, 그 존재로서의 인정은 상대에 대한 이해로 시작된다.

경영에서의 소통도 궁극적인 모습은 다르지 않다. 상호 이해다. 경영자와 직원 간의 관계 유지, 더 나아가 관계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조직의 본래 특징인 수직계층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경영자의 생각만 전달되고 직원에 대한 이해가 배제된다면 그것은 소통이 아니다. 일방적 지시일 뿐이다. 직원은 외연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일방적 지시를 감내하겠지만, 내면적으로는 신뢰의 끈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잠복된 갈등으로 축적된다. 존재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가 없는 대화는 소통이 아니다.

‘이해한다’는 영어 단어는 ‘understand’이다. ‘under(아래)’와 ‘stand(서다)’라는 두 단어가 합친 모양새다. ‘아래에 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래 어원은 다소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understand’는 고대영어 ‘understandan’에서 비롯됐다. 이 고대영어에서 ‘under’는 ‘아래(beneath)’가 아닌 ‘between(~사이)’ 또는 ‘among(~중에)’과 같은 의미로, ‘사이에 서다’ 정도의 뜻이었다. ‘아래에 서다’나 ‘사이에 서다’나 이해한다는 것은 적어도 상대방의 위(上)에 위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소통한다고 하면서 자신을 상대보다 우위에 놓고 접근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특히 기업에서의 소통이 그렇다. 많은 경영자들이 소통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을 직원보다 우위에 둔다.

경영자는 왜 상호 이해, 즉 ‘대등한 위치에 서는(understand) 것’에 취약할까. 세 가지가 주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먼저 지식적 우월감이다. 이 지식적 우월감은 해당 영역에 대한 많은 정보를 근거로 형성된다. 직원보다 고급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고, 그것이 내적 지식화하면서 우월감으로 체화된다. 그리고 이 지식적 우월감이 소통에서 직원보다 우위에 선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당 영역에서의 경험이다. 경영자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경험을 했다. 각각 다른 상황을, 사람들의 각각 다른 성향을, 그리고 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경험했다. 자신의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자기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험이 적은 직원과의 소통에서 자신을 늘 우위에 위치시킨다.

세 번째는 경영자라는 직책이 주는 권력에 의한 것이다. 지식경영의 대가 노나카 이쿠지로가 말한 ‘조직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합법력,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력, 처벌할 수 있는 처벌력 등의 권력’을 경영자는 갖고 있다. 이런 권력으로 직원의 처우와 신분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사고가 소통에서 직원보다 우위에 서게 한다.

이런 것들이 과거에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소통해야 하는 직원들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환경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에 비해 경영환경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그에 따라 다양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경험과 같거나 비슷한 상황이 대두하기보다는 전혀 새로운 상황이 더 많이 전개된다. 과거 경험이 더 이상 우위가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책에서 나오는 권력인 합법력, 보상력, 처별력으로는 지금 세대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동기 부여하게 할 수 없다.

이미 노나카 이쿠지로가 강조한 ‘동일력’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 소통해야 하는 직원들은 경영자와 일체감을 느끼면 경영자의 목표를 자기 목표와 동일시하고, 달성을 향한 강한 동기를 갖고 자발적인 자기통제를 발휘한다. 직책에서 나오는 권력의 효과가 종언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과 많은 대화 나누면 '소통 경영'이 되는 걸까

경영현장에서 해야 할 소통의 궁극적인 모습은 상호이해다. 이해는 상대의 우위에 서서 이뤄지지 않는다. 소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으로, 경험으로, 그리고 직책이 주는 권력으로 상대의 우위에 서는 사고와 태도를 갖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