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문형랩 돌풍을 주도했던 자문사들은 대부분 자산운용사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았고, 수익률을 앞세워 새로운 자문사들이 대거 부상했다.

2010~2011년 자문형랩 돌풍으로 호황기를 맞았던 자문업계가 자문형랩 '버블 붕괴'로 침체에 들어선지 2년이 지났다. 긴 겨울을 지낸 자문업계는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양상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9월 말 기준 투자자문사들의 계약액은 21조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6000억 원 증가했다.

자문형랩 버블 붕괴 후 2년 … 자문업계 지각 변동
2011년 9월 27조4000억 원에 달했던 계약액은 다음 해 9월 19조5000억 원으로 30% 가까이 급감한 뒤 최근 반등했다.

개별 투자자문사별로 보면 2년 전 '스타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자문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계약고가 각각 4조 원, 3조 원에 달해 업계 1, 2위를 차지했던 브레인과 코스모는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자문형랩 붐을 타고 계약고 1조 원을 넘어섰던 한국창의투자자문은 문을 닫았다.

계약고 상위권에 위치했던 가울투자자문, LIG투자자문, HR투자자문, AK투자자문, 레이크투자자문 등은 수탁고가 2011년 대비 3000억 원 이상 빠져나갔다.

반면 '가치투자'를 내세워 등락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새롭게 부상한 투자자문사들도 나타났다.

VIP투자자문은 2011년 9월 말 대비 계약액이 1조 원 가량 증가하면서 전체 자문사 계약액 순위도 16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 2년간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자문형랩 열풍이 일었던 시기에 자문형랩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기존의 개인 고객 위주의 투자 일임업에 힘쓴 게 오히려 힘이 됐다.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김민국·최준철 대표의 투자 철학으로 꾸준히 양호한 수익률을 지켜나간 것도 주효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VIP투자자문은 최근 1년 수익률이 20.27%, 3년 수익률은 50.59%로 각각 일반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인 6.71%, 3.16%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었다.

'롱숏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낸 쿼드투자자문도 같은 기간 계약액이 6670억 원 증가했다. 전통의 강자 케이원투자자문은 5663억 원 증가해 변함없는 저력을 과시했다.

코스모투자자문 전 대표인 최권욱 대표가 설립한 안다투자자문도 설립 2년 만에 50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며 업계 10위권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구재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차린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도 설립 3개월 만에 2000억 원 계약고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자문사들은 대부분 계약고가 증가해 성과중심의 자문업계 재편 분위기를 드러냈다.

1년 수익률이 30.14%로 제로인이 집계하는 순자산 100억 원 이상의 자문사 중 2위를 차지한 V&S투자자문은 계약고가 2600억 원 증가해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페트라투자자문(1년 수익률 24.53%), 리드스톤투자자문(24.31%)도 각각 1200억 원, 900억 원 늘었다. 트리니티투자자문(20.62%)에도 1800억 원 자금이 새롭게 몰렸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