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CEO 러브콜'…이희범 매력 뭐길래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64·사진)이 LG상사 최고경영자(CEO)로 경영 일선에 되돌아온다. LG상사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 6월 고문으로 영입한 이 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했다.

▶본지 11월29일자 A13면 참조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 부회장은 이사회 직후 전화통화에서 “공직을 떠나면서 기업은 언제나 가고픈 고향이었고 기업인으로 일하고 싶었다”며 “일을 맡은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원과 에너지 분야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원개발사업에 적극적인 LG상사는 최근 GS에너지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STX에너지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력이 화려하다. 장관뿐 아니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과 한국무역협회 회장,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현대차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현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 STX에너지 회장 등을 지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 전기회사인 에스콤 사외이사를 지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 정부 인사와도 친분이 두텁다. 지난달 열린 대구에너지총회에서도 탄탄한 해외 인맥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옛 산자부에서 함께 일한 오영호 KOTRA 사장은 “장점이 굉장히 많은 선배”라며 “어느 누구보다 성실한데다 세세한 부분과 큰 그림을 함께 챙기는 기획력 및 반드시 이뤄내는 강한 업무 추진력, 그리고 뚝배기 스타일의 친화력은 쉽게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또 각종 수치를 자세히 알고 있을 정도로 디테일에 강해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12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 부회장을 구원 투수로 산자부 장관에 임명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그 뒤 “인사 때마다 말들이 많은데, 이희범 장관 임명은 가장 잘한 인사로 주변에서 많은 칭찬을 받았다”고 전해 화제가 됐다.

결국 이 부회장은 2005년 11월 장기간 풀지 못한 국책 과제로 남아 있던 방폐장 부지 선정을 주민투표를 거쳐 경주로 결정하며 인사권자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당시 그는 1년 넘게 매주 토요일 오후에 직원들과 세미나를 하며 과거 실패 사례를 꼼꼼히 분석했다고 밝혔다.

후배 관료들은 일이 주어지면 몸을 사리지 않는 돌쇠 스타일이라고도 평한다. 2000년 발전사업 분할 때 한국전력 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하자, 당시 자원정책실장이던 그는 신변 위협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의 집결지를 찾았다. 그는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이게 최선이라고 봤다”고 했다.

친화력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언제나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배려 덕에 고위 관료로 있을 때도 기업인들이 그를 좋아했다고 한다. 산자부 장관 때 외부 간담회가 열리면 기업인들이 쏟아낸 질문에 대해 나중에라도 일일이 서신으로 답변해 호평받은 일은 유명하다. 관직을 떠난 후 현대차와 STX, LG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은 것도 뛰어난 업무능력 외에 이런 친화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 회장과도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며 각종 현안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자신이 몸담았던 STX그룹의 경영난으로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고는 하지만 최고경영진으로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 출생인 이 부회장은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이공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정고시(12회)에 수석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연임 중인 경총 회장은 임기가 내년 2월까지로 최소한 그때까지는 겸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