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멀리"…스포츠, 첨단기술의 경연장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강하게’라는 올림픽 모토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본질을 나타낸다. 스포츠는 인류의 영원한 오락 수단이자 도전의 장이다. AT커니에 따르면 스포츠의류와 용품 판매, 경기장 건설 등을 포함한 세계 스포츠 시장 규모가 2015년 8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오늘날 스포츠는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됐다. 유니폼, 장비 등에 신소재와 신기술이 도입되고, 이에 힘입어 기록 경신이 촉진되는 ‘기술력 경쟁’ 구도가 분명해졌다. 수영복과 수경이라는 최소한의 장비만 착용한 채 인간의 힘으로 승부하던 수영 종목에서도 그렇다. 전신수영복을 착용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신기록이 대거 나왔다.

선수 입장에서 첨단 기술의 목표는 경기력을 높이는 것이다. 유니폼과 신발, 운동장비 등의 기술혁신이 중요하다. 아디다스는 폴리에스터 섬유를 사용해 땀을 즉각적으로 배출해주는 유니폼 ‘클리마쿨’을 도레이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나이키의 유니폼 ‘스위프트 스킨’은 신체 부위별로 소재를 달리 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스케이팅 선수들은 미즈노가 개발한 황금색 특수소재 경기복을 입어 화제가 됐다.

고강도 고탄성 장비의 힘도 커졌다. 장대높이뛰기에서는 호두나무나 물푸레나무 장대를 쓰던 20세기 초 기록이 3m대였다. 하지만 대나무 장대가 등장한 1912년 이후 4m 벽이 깨졌고, 1960년대 이후 유리섬유 장대를 사용하면서 6m 기록을 넘어섰다. 골프클럽의 샤프트는 감나무에서 금속, 그라파이트 복합소재 등으로 진화하며 비거리와 방향 제어 능력이 개선됐다.

심판 관점에서 첨단 기술은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각종 센서와 정밀계측, 판독기술이 핵심인 만큼 첨단 정보기술(IT), 정밀기기 기업들이 경쟁한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사용한 카메라는 1초에 2000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자동으로 선수들의 순위를 판독했다. 시계기업 오메가는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100만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퀀텀타이머를 공개했다.

판독기기의 진화도 이뤄졌다. 테니스와 크리켓 경기에 적용되는 판정시스템 ‘호크아이’가 대표적이다. 경기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로 공의 궤도를 포착한 뒤 영상처리해 아웃 여부를 판정한다. 1초당 60프레임을 처리하는 초고속 카메라 10대가 공의 궤적은 물론 코트에 닿을 때 뒤틀림과 미끄러짐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관중을 위한 기술 혁신은 첨단 중계시스템에서 볼 수 있다. 영상과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생한 경기 장면과 분석 영상을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영국 BBC는 런던올림픽 체조종목에서 선수 연기를 360도로 촬영해 참신한 볼거리를 남겼다. 야구 중계에서 ‘피칭캠’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의 궤적과 속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뮬레이션 기술이 스포츠에 활용되면서 실내 골프가 새로운 여가로 떠올랐다.

냉전시대 군비 경쟁이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면 이제 스포츠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욕망 충족의 장’인 스포츠에서 대중이 느끼는 한계와 좌절감을 관찰하면 제품 개발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세계 양궁용 활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삼익스포츠는 피아노를 생산하던 삼익악기의 사업부였다.

IT와 서비스 등 국내 산업의 강점을 활용한다면 실내골프와 같은 ‘디지털스포츠’ 산업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혁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hkim@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