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바지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김동철 의원(민주·광산갑)의 발언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3선 의원의 말이라기엔 그다지 아름답지도 품위가 있지도 않은 발언이었다. 그는 산업위 국감장에서 이희범 경총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을 상임위 지도부에 다시 촉구했다.

이 회장을 불러내겠다는 것은 그가 경총회장으로서 기업인들이 수도 없이 국감장에 불려나간 것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데 대한 일종의 괘씸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회장은 “역대 최악의 기업 감사”라며 이번 국감에 기업인이 200명씩이나 불려나간 사실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회장의 바로 이 발언을 놓고 “장외에서만 비난 말고 국회에 직접 출석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론을 해보자”며 증인채택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물론 김 의원은 ‘토론을 위해서’라고 명분을 세웠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증인들과 동격으로 토론 같은 토론을 벌인 적이 있기나 했던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동안 망신주기 아니면 우격다짐 대상으로 전락하는 게 증인들의 처지였다. 증인이 아니라 죄인 같다는 것이 국회를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증언이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서도 일반 증인 234명 중 47명이 온종일 국감장에 앉아만 있다가 돌아갔다는 보도도 있다. 6시간 기다린 끝에 “예” 한마디 한 게 전부였다고도 한다. 김 의원은 미국의 대기업 회장들은 청문회에 나와 떳떳하게 자기 주장을 펴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못 하느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우리 기업인이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모두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국회는 우리처럼 증인을 혼내고 망신주고 죄인 다루듯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정무위, 환노위 같은 곳은 어느 의원이 누구를 증인 신청했는지 의원 명단조차 공개를 않는다고 한다. 국민들은 이런 국회를 두고 막무가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비판하면 국회로 부르겠다는 식의 위협적인 언사까지 나왔다. 정말 무서운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