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X팀급 무모한 도전'이 필요하다
구글에는 ‘X팀’이란 비밀연구조직이 있다. 달나라를 오르내리는 ‘우주전망 엘리베이터’, 프로펠러를 단 연을 띄워 저렴한 전기를 만드는 ‘하늘을 나는 풍력발전소’ 등을 개발 중이다. 성공 확률은 인간이 처음 달나라에 갈 때처럼 100만분의 1에 불과해 ‘문샷(moonshot)’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감이 아주 없어보이진 않는다. ‘구글 글라스’는 물론 48만km 무사고를 기록 중인 ‘로봇자동차’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정보기술(IT) 혁명에 이어 제조부문의 ‘3D프린터 혁명’까지 가세하면서 아이디어가 곧 사업의 원천인 시대가 오고 있다. 시장에 수요를 충족시킬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저커버그 같은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고, 세계 최고기업도 시대흐름을 놓치면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 창조적 도전정신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를 간파한 선진국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탈출해법을 ‘기업가정신’에서 찾아내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스타트업(Start-up) 아메리카’를 발표하고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 2011년 9%대 실업률을 지난 8월 7.3%까지 떨어뜨렸다. 유럽연합(EU)은 초·중·고 각급 학교에 기업가정신 교육 필수화를 주문했고, 일본 역시 올해 2월 세계성장센터를 만들어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중이다.

한국도 창조경제에 시동을 걸고 창업과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이질적이다. 공무원시험에 이어 일부 대기업 경쟁률까지도 많게는 수백 대 1을 넘어 ‘현차(현대차)고시’ ‘삼성고시’란 신조어마저 나오고 있다.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평가척도인 초기창업활동지수는 한국이 6.6%로 10여년 전(2001년 14.9%)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조사 대상 국가 평균인 7.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00명당 창업자 수도 평균 1.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2명)보다 크게 낮다.

기업가정신이 꽃피려면 사회 분위기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위축시키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연대보증 때문에 사업에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해져 ‘창업실패는 곧 인생실패’, ‘사업하면 집안 말아먹는다’는 등식이 퍼져 있다.

창조적 창업 못지않게 기업의 창조경영도 매우 중요하다. 실패를 성공에 필요한 주요 자산으로 인식해 직원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아이디어를 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 진출 7년 만에 매출액이 25배나 성장한 유니클로의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의 ‘9패1승’ 전략처럼. ‘튀지 마’, ‘눈치성 잔업’, ‘연공서열주의’, ‘제왕형 CEO’ 등으로 대변되는 상명하복의 기업문화를 기업가정신 친화적으로 바꾸어 내는 것이 급선무다.

사회의 시선도 중요하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는 정당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으면 한다. 스타 CEO에게도 류현진 같은 스포츠 스타, 이영애 같은 한류스타급 박수를 보내야 할 시점이다.

1983년 이병철 회장이 ‘우리는 왜 반도체 사업을 하려 하는가’라는 선언을 했을 때 경쟁사 인텔은 이 회장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꼬았다. 우리 국책연구소조차 “반도체는 인구 1억명, 1인당 국민총생산 1만달러 이상의 국가에서나 가능하며 기술, 인력, 자본이 없는 한국에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모두 현재의 잣대로 열정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 이번 주가 ‘기업가정신주간’이다. 이 회장의 도전정신을 되새겨보고 X팀의 상상력을 본받아야 할 때다.

이동근 <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