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의 과거사
매주 복권을 산다. 3000원짜리 33장과 1000원짜리 1장 10만원어치 복권이다. 산 복권은 만나는 사람에게 한 장씩 건넨다. 건네면서 물어본다. 지금 어떤 상상을 하게 되냐고. 대부분이 10억, 20억원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당첨되면 몇 프로를 기부하겠다, 얼마를 나한테 주겠다고 얘기한다. 말하는 사람의 모습은 이미 당첨된 사람이나 다름없이 행복한 표정이다. 복권 한 장으로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성공학에 관한 강연을 할 때가 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희망을 북돋워 주기 위해 기업체나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 강연한다. 강연의 주 내용은 희망을 품고 실천하라는 것. 이론이 아닌 내가 실제 겪었던 생생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귀담아들어 준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과거를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어려운 시절은 더욱 그렇다. 절망밖에 없던 때에 어떻게든 스스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야기, 모진 인생을 원망하며 생명의 끈을 놓으려던 이야기, 이런 나의 약한 마음 누구에게 들킬까 노심초사했던 이야기 등등 모두 밝히고 싶지 않은 나의 과거다.

하지만 강연에서 나는 나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할 때마다 매번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 그럼에도 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정말 아무것도 없던 나도 했다. 그러니 당신들은 더 잘할 수 있다.” 작은 일에도 쉽게 포기하고 절망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서이다.

힘든 때가 있다. 억울할 때가 있다. 슬프고 아플 때도 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명심하자. 포기도 습관이 된다는 사실. 어느 상황에서든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란다. 희망을 가까이하면 절망은 멀어지고, 절망을 가까이하면 희망이 멀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오늘도 나는 기원한다. 내게 복권을 받았던 수백명의 사람이 처음 복권을 받았던 순간 살아난 희망세포가 여전히 건재하기를. 그리고 나의 과거 이야기가 정말 힘든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언제까지나 희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인생 60여년, 사업 30여년째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절망이 있었겠는가. 답은 희망이다. 삶은 그렇다. 결국엔 희망을 좇으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내가 나눠줬던 복권 중에 정말 1등 당첨자가 나올지.

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