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온국민의 리그…옆집 새댁도 '기웃'
#1. 프리랜서 번역가 박명숙 씨(37)는 최근 서대문구청이 마련한 3개월짜리 경매 강좌를 월 5만원씩 내고 수강했다. 그는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주변에서 경매 얘기를 많이 해 교육과정을 찾았다”며 “수강자 대부분이 나와 같은 평범한 지역 주민이어서 교육받는 데 편안했다”고 말했다.

#2. 서울 화곡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박양우 씨(38)는 최근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 낙찰가’를 언급해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실수요자들이 경매로 팔린 아파트 낙찰가를 급매물 가격과 비교해서다. 박씨는 “요새는 일반인도 경매에 익숙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부동산 불경기와 전세난이 법원 경매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경매는 한때 ‘어깨’로 불리는 조직폭력배나 전문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던 ‘그들만의 리그’를 거쳐 이제 실수요자가 뛰어드는 부동산 시장의 ‘정규 과목’으로 자리잡았다.

‘대중화’는 시장이 급격히 커지거나 과열되는 ‘붐’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참가자의 변화다. 부동산 경매 투자자문·대행사인 이웰에셋의 이영진 대표는 “과거 40~50대이거나 주로 부동산 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경매 투자층이 여성과 20~30대 젊은이, 노년층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아이를 업은 주부나 경매를 공부하는 대학생, 초보 투자자 등으로 북적이는 경매 법정은 과거보다 권위적이고 삭막한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요즘은 전세난이 부동산 시장의 ‘화두’인 것을 반영하듯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 여성회관, 대학(특별강좌) 등의 각종 재테크 강좌에서 경매 수업이 빠지지 않는다.

부동산 경기 등락도 경매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반 시장에서 주택 거래가 막힌 반면 ‘하우스푸어’의 집이 경매 시장에 쏟아지면서 매물을 찾는 실수요자가 경매에 눈길을 돌려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