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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투수'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벼랑 끝으로 몰린 팀을 위기에서 구하고 다저스의 '황금 동아줄'로 발돋움했다.

류현진은 1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팀에 귀중한 1승(3-0 다저스 승)을 선사했다.

앞서 열린 1·2차전에서 클레이턴 커쇼, 잭 그레인키 등 메이저리그 최강으로 손꼽히는 선발 원투펀치를 앞세우고도 세인트루이스에 2연패를 당한 다저스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3차전에 류현진을 선발로 올렸다.

류현진의 상대 선발 투수는 올 정규시즌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위(19승9패)인 애덤 웨인라이트였다.

팀의 운명을 짊어진 류현진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나의 상대는 투수가 아닌 타자"라며 "적당한 긴장감을 안고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마지막 희망'인 류현진에게 "잘 던지리라 믿는다"며 신뢰를 보냈다.

긴장과 신뢰를 동시에 어깨에 얹고 올라선 마운드에서 류현진은 4회까지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노히트로 요리하고 괴물다운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이날 류현진의 최대 위기 상황이던 5회 무사 1,2루에서는 상대 타자의 주루 실수로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내고 위기를 벗어났다.

이 장면은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과 함께 이날 양팀의 선수 모두가 이 경기에서 상당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이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7회 2사 1루에서 매팅리 감독과 동료들이 마운드에 올라 더 던질 수 있겠느냐고 묻자 류현진은 강한 의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류현진은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직후, 이날의 마지막 상대인 맷 애덤스에게 91마일(약 146㎞)짜리 포심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고 홈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손꼽히는 웨인라이트는 결국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중요한 경기에서 괴물 같은 위력을 더 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시즌 초반 다저스가 최악의 부진을 헤맬 때도 팀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5월12일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6⅔ 1실점 역투로 팀의 8연패를 끊은 것이 대표적이다.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 풀리그 3차전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캐나다전이 열리기 전날 치른 중국전에서 무기력한 공격으로 주춤했지만 류현진의 호투로 기세를 올린 끝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당시 쿠바와의 올림픽 결승전에서 8⅓이닝을 2실점으로 책임지고 승리를 따낸 것도 류현진이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던 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3이닝 4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류현진은 이날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주변의 의구심을 완전히 털어내고 팀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