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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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재닛 옐런 현 부의장(67)이 내정됐다. Fed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 탄생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오후 3시(현지시간) 옐런 부의장을 차기 Fed 의장에 공식 지명할 계획이라고 백악관 당국자가 8일 밝혔다. 옐런 부의장이 상원의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4년간 Fed를 이끈다.

옐런 부의장은 Fed 이사(1994~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의장(1997~1999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2004~2010년) 등을 거친 정통파다. 현재 Fed 고위직 가운데 Fed에서 일한 경력이 가장 많다.

이날 저녁 옐런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선물시장에서 주가는 상승했으나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시장이 옐런을 반긴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옐런 부의장이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채권 매입 프로그램) 정책을 주도해온 만큼 Fed의 현행 경기부양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속도가 버냉키 의장이 예고한 것보다 더 느려지고 제로 금리(연 0~0.25%) 정책 역시 더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옐런 부의장은 중앙은행의 두 가지 정책 목표인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중에서 고용을 더 중시하는 ‘비둘기파’다. 알프레드 브로더스 전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옐런은 버냉키보다 더 비둘기파”라고 평했다. 경제 회복과 고용 확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옐런을 지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옐런 부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차선책이었다. 당초 2009~2010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자신을 보좌한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지명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에 부닥쳤다. 정치권과 경제학자 사이에서 “서머스는 규제완화로 금융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인 데다 친(親)월가 인물이어서 안 된다”며 옐런이 적임자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서머스가 시장의 압박에 자진 사퇴하자 금융시장은 반색했다. 이를 지켜본 오바마 대통령이 시장의 기대와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옐런 부의장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과 버냉키 의장에 이어 이번에도 유대인 Fed 의장이 배출돼 39년째 유대인이 세계 최고 금융권력자 자리를 차지하는 셈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