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부산·대구은행이 포스텍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채권단 자율협약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STX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시스템통합(SI) 업체 포스텍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약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이번 사례 외에 최근 금융사의 채권단 이탈이 잇따라 기업 구조조정 체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부산·대구銀 "포스텍 지원 빠지겠다"

○포스텍 자율협약, 출발부터 삐걱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포스텍 채권단에 속해 있던 국민·부산·대구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포스텍 채권에 대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포스텍은 강덕수 회장이 87.45%, STX복지재단과 장학재단이 12.55% 지분을 갖고 있는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회사다.

반대매수청구는 앞으로 포스텍에 8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아예 손을 떼겠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이들 3개 은행의 채권(103억원)을 청산가치 수준에서 매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규 자금 800억원을 지원하고 657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 중인 채권단의 포스텍 지원 방안은 난항을 겪게 됐다. 신규 자금 800억원 중 국민·부산·대구은행의 분담금 82억원이 모자라게 돼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규 자금을 지원해야 일단 회사가 굴러갈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은행들이 추가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텍 자율협약 참여 금융사는 우리(채권액 비율 32.43%) 경남(39.06%) 기업(9.06%) 산업(5.44%) 대구(4.81%) 부산(3.63%) 외환(3.17%) 농협(1.49%) 국민(0.91%)은행 등 9곳이다. 채권단의 기존 대출과 보증은 1100억원이다.

○구조조정 기업 채권단 이탈 늘 듯

포스텍뿐 아니라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채권단 이탈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부실채권 전문 자산운용사인 파인트리는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대한조선 채권에 대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팬택도 주주협의회 소속 은행 중 국민·신한·하나은행이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 역시 채권단 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유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실채권이 늘어나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부산·대구은행의 경우 경남은행 인수전을 앞둔 자금 확보용 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채권단에 남아 있는 다른 은행들마저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개별 이익을 따지며 채권단에서 발을 빼자 남아 있는 은행 사이에선 ‘우리만 손해보고 남아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의 채권단 이탈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