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에 업무추진비도 깎이고, 월급까지 동결되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나라살림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공공(公共)의 적’이 돼 버렸다. 각 정부 부처는 물론 공공기관들 사이에서 “기재부 때문에 못살겠다”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월급은 동결, 경비는 삭감

기재부 예산·세제실, '공공의 적'된 까닭은
9일 각 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 대한 공공 부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장급에 해당하는 3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의 월급이 동결되고 과장급인 4급 이하 인상률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인 1.7%로 결정됐다. 고위직은 사실상 삭감, 하위직은 동결되는 셈이다. 공무원 임금은 2011년 5.1%, 2012년 3.5%, 올해 2.8% 등 최근 3년간 평균 3.8% 올랐다. 기재부 공무원들조차 “그동안 매년 꼬박꼬박 월급이 오르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이 크다”는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반면 내년부터 업무추진비는 10%가량 줄어든다. 기재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1953억원으로 잡았던 전체 업무추진비를 1774억원으로 179억원 깎은 것. 출장여비도 1% 삭감해 내년에 5623억원으로 59억원 줄였다.

게다가 이달 들어 부처별로 연말까지 초과근무수당 등 기본경비를 대폭 줄이라는 지시까지 떨어져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제 야근하며 눈치까지 봐야 하느냐”는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총리실, 기재부, 국토교통부의 경우 실국별로 서울 출장을 최소화하고 복사·인쇄비까지 절감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가면서 “개인 호주머니 돈까지 털어넣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위직 공무원들 세금폭탄까지

소득은 줄어드는데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까지 ‘뜯길’ 처지에 놓인 것도 공직사회의 반(反)기재부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기재부가 2015년부터 그동안 비용으로 판단해 비과세로 처리해온 직급보조비에 소득세를 물리기로 한 것.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실의 분석 결과 연간 1450만원가량의 직급보조비를 받는 장관은 502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9급 하위직의 경우 약 7만원, 3급 국장급은 144만원의 세금부담을 떠안게 된다.

기재부는 업무추진비에 대한 과세로 약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200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그동안 공무원 월급이 민간에 비해 ‘박하다’는 이유로 세금을 매기지 않은 것인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5년부터 월 100만원 이상의 재외근무수당에 소득세를 내야 하는 해외주재 공무원들이나 KOTRA 직원들의 마음고생도 심한 편이다. 특히 대사급 고위직이나 KOTRA 해외무역관장들의 경우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KOTRA 관계자는 “재외근무수당은 소득이 아닌 비용으로 간주한다는 법원 판례도 있는 만큼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매달 20만원씩 교통비 명목으로 받던 이주지원비도 내년부터 끊기게 된다. 지난해 12월 1차로 이주한 5500여 공무원들로서는 알토란 같은 현금수입이 사라지는 셈이다. 기재부는 “세수가 모자라니 공공 부문부터 솔선수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직사회 내부의 불만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그다지 동정적이지 않다.

한 대기업 부장은 “민간기업에 어려움이 닥치면 그 정도 수준의 고통분담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철밥통 공무원들이 엄살을 피우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