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갤럭시S·S2 등 삼성전자 구형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을 대리해 성명을 내고 “미 소비자와 시장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성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허락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S와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을 수입·판매할 수 없게 됐다. 앞서 ITC는 지난 8월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이 애플의 상용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미국 내 수입금지 판정을 내렸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갤럭시S2, 갤럭시탭 10.1 등 해당 제품이 현재 미국 시장에서 거의 판매되고 있지 않은 구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카피캣(모방꾼)’ 이미지를 덧씌우게 됐다는 점에서 삼성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미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남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6월 ITC는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아이폰4 등에 대한 수입 금지 처분을 내렸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관례를 깨고 ITC의 결정에 대해 26년 만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