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별 통합 허가체계로 개편…단계별 환경분야 규제 완화
화학사고 때 과징금 탄력 적용…기업 부담 최소화

정부가 25일 발표한 환경분야 기업규제 완화 방안은 새로운 화학물질 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환경기술의 발전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오염 피해를 막고자 하는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관련 규제 법률은 지난 2000년 26개에서 올해 9월 52개로 배로 늘었고, 이와 관련해 반응은 갈렸다.

우선 대기·수질 등에 대한 규제 강화가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현행 환경오염시설 허가제도가 기술 발전과 산업 특성 등의 변화를 반영하는 데 미흡하고 새로운 화학물질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도입된 탓에 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업의 이런 애로에 초점을 맞췄다.

환경부는 우선 대기나 수질 등 오염매체별로 허가 체계를 운용해왔던 환경규제를 사업장별 통합 허가체제로 재편해 중복 규제를 없애기로 했고 화학물질 사고 시 매출액의 5%까지 부과되는 과징금을 기업의 책임 정도를 살펴 탄력 적용하는 개선책을 내놨다.

소량이거나 연구개발(R&D) 용도의 화학물질 등록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관련 법·제도를 개정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 환경기술 발전 반영…사업장별 통합 허가체계로 개편
우선 눈여겨볼 대목은 환경부가 기술 환경성과 경제성이 우수한 기술군인 '최상가용기술(BAT)'에 기반을 둬 사업장별로 맞춤형 통합·허가 관리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점이다.

이는 수질·대기·소음 등 오염 매체별로 수질관리법 등 5개 법령 8개 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과도하게 부담이 된다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개선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아울러 현행 환경오염시설 허가 제도가 기술의 발전과 업종별 특성 등을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최초 허가 이후 입지 여건 등이 변해도 허가조건을 변경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환경부는 환경 영향이 큰 발전·소각·석유화학시설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연간 3천300억원의 기업 투자, 5년간 6천여개의 일자리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 입지·생산·폐기물 단계별로 환경분야 규제 완화
환경부는 우선 입지, 생산, 폐기물·재활용 등으로 나눠 규제를 푼다는 계획이다.

입지 제한 규정을 완화해 도시형 공장 설립을 확대하고 환경분야 공청회를 거치면 환경영향평가 때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공청회 등 사전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때 주민의견을 수렴토록 한 중복 절차를 없앤 것이다.

이런 절차 간소화로 환경영향평가 기간이 14일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는 아울러 특정수질유해물질 규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이미 입주한 공장에 대해서도 완충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등 보완 조치를 한 후 입지를 허용할 계획이다.

입주 이후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규정이 강화돼 피해를 본 기업을 구제하고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보장하려는 조치다.

유해성과 환경오염 우려가 없으면 재생타이어 등 폐기물의 재활용도 허용된다.

이를 통해 환경부는 재활용 신기술 실용화에 걸리는 기간이 2년에서 6개월까지 단축되고 재활용 설비 투자도 연간 2천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사고 때 과징금 탄력 적용…연구개발용 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화학물질 사고 때 매출액의 5%까지 부과되는 과징금은 기업의 책임 정도를 참작해 탄력 적용하기로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미 불산 사고와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으로 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이 도입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산업계 등에선 그동안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의 등록·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보다 강한 규제'라며 반발해왔다.

이에 환경부는 두가지 법의 시행령을 마련해 인적·물적 피해와 외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기업의 책임을 고려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그에 따르는 정도로 과징금 수준을 차등화할 방침이다.

영업정지 6개월에 해당하는 '최대 과징금' 처분은 고의·반복적인 위반 등 예외적인 경우로만 제한된다.

소량이거나 연구개발(R&D) 용도의 화학물질 등록기준도 완화된다.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은 등록의무 대상에서 면제되고 소량 신규 화학물질도 등록할 때 제출자료를 간소화하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