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으로 나흘 만에 부랴부랴 수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세법개정안이 이번엔 정부 내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13일 차관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일단 연기했다는 것이다. 부처 간 이견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이견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농림축산식품부다. 연 10억원 이상 고소득 농민에 대한 소득세 과세(2015년)를 없애달라는 게 농식품부 주장이다. 소득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농사 규모를 줄이는 등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게 이유다. 농식품부는 식재료 의제매입 세액공제 한도를 올려주는 등 농림축산업 관련 5건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국인 카지노 입장료에 붙는 개별소비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입장객이 대폭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들의 반발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일단 논외로 치자. 문제는 기획재정부 태도다. 기재부는 8월8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지난 12일까지 한 달여 동안 입법예고 기간을 가졌다. 개정안 발표 전에 부처 협의를 마치거나 최소한 입법예고 기간 동안에라도 조정을 끝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껏 뭣하다 정기국회를 코앞에 두고 차관회의에 상정조차 못했다는 말인가.

기재부는 지난달 대통령의 세법개정안 ‘원점 재검토’ 지시가 떨어진 이후 소득세 증세구간을 수정하는 데만 매달렸다. 당시에는 정기국회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있었지만 뭐가 그리 급했는지 불과 나흘 만에 덜컥 수정안을 내놨다. ‘졸속’ 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다 보니 타부처와 조율 등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물론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여론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세법개정안이 이렇게 대통령의 난데 없는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니 이제 산하에 업계를 가진 부처들은 모두 들고 일어나 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세법에는 원칙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이해를 요구할 수 있다. 세법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가서는 또 얼마나 누더기가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