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 주택 구매력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8·28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서울 강북권은 물론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포착되고 있어 주택시장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5일 국민은행 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주택구매력지수(HAI)는 164.7로 1분기 163.9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144.4)과 비교해서는 20.3포인트 높다.

HAI는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금융회사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수준의 집을 산다고 가정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중간 가격 정도의 주택을 큰 무리 없이 살 수 있다고 본다.

수도권 HAI는 집값 하락으로 지난해 4월 103.6에서 올 6월 125.7로 22.1포인트 올랐다. 서울 HAI는 지난해 4월 76.2에서 올 6월에는 93.0을 기록했다. 실제 중소형 위주로 매매 거래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지난주 서울 강남·강동·송파구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고, 전세가율이 높은 서울 강북 등 일부 지역에선 전세 수요가 매매로 바뀌며 거래가 이뤄졌다.

교통과 교육 등 주거여건이 잘 갖춰진 덕에 ‘주택시장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만2000여가구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개포지구의 경우 주공1, 2단지와 개포시영 등의 매매 호가가 전주보다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재건축 추진위원장 선출로 재건축에 탄력이 붙은 잠실주공5단지는 실거래가격도 2000만원 이상 뛰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구매력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주택 구매 여건이 좋아졌다는 뜻”이라며 “다음달부터 연 1~2%대 초저금리 모기지가 시행되면 가을 부동산시장에서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현진/김보형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