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첫 삽도 못 떠보고 사업 추진 6년 만에 청산된다. 서울시는 용산역 뒤편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부지(51만㎡)의 개발구역(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지정을 오는 12일쯤 해제할 예정이다.

이로써 서부이촌동 일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개발계획을 세워 주건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시행사와 코레일 간에는 사업 무산에 따른 수조원대의 초대형 소송 후폭풍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레일 토지소유권 이전 추진

'용산개발' 마침표…12일 개발구역 해제
코레일은 5일 용산개발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에 매각했던 토지를 돌려받기 위해, 땅값으로 받았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자금인 1조197억원을 반환했다고 발표했다. 토지소유권은 새 코레일 사장이 선임되기 이전에 명의 이전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의 토지 회수 조치가 이뤄지는 대로 서울시는 12일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코레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보통 7~10일가량 걸리는데, 지연될 경우 개발구역 해제도 자연스럽게 연기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가 끝나면 드림허브는 용산 정비창 부지의 60%만 갖게 된다. 현행법상 전체 토지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시행자는 사업권을 상실한다.

개발구역이 해제되면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상황에 맞는 재개발계획을 세워 주거환경 개선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따르던 제약도 모두 풀린다.

○시행사·코레일 소송전 벌일 듯

코레일이 소유권 이전을 마치면 용산 정비창 부지의 약 30%를 되찾게 된다. 잔여 토지 중 10%는 대한토지신탁에 맡겨 있고, 60%는 드림허브가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 땅은 드림허브가 나중에 토지 대금을 주기로 해 코레일이 우선 소유권을 넘겼던 것”이라며 “환매권이 설정된데다 드림허브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만 연간 1000억원 이상 내야해 결국 코레일에 돌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8조원에 팔렸던 이 정비창 부지의 현재 감정평가액은 4조원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부채율이 높은 코레일이 부지를 100% 되찾으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따라 코레일이 사업계획 수립 및 구역지정을 새로 한 후 시행자를 재공모하거나 직접 개발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용산사업이 최종 무산되면 사업 무산의 책임 여부와 비용 청산을 놓고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29개사) 간 법정 공방도 벌어질 전망이다. 드림허브 측은 “민간 출자사들은 투자 손실금과 개발이익 손실분 명목으로 코레일을 상대로 5조원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