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취업박람회장 가 봤더니 … 소문은 요란한데
올 하반기 취업시즌을 맞아 주요 대학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취업난을 뚫기 위해 취업박람회장을 찾고 있다.

이달 2~4일에 개최된 성균관대학교 취업박람회에는 하루 평균 3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정장을 입고 취업박람회장을 찾아 실제 면접을 보듯 자신을 소개하는 학생부터 자신의 이력서를 한 움큼 가져와 상담을 받는 학생까지 모두 진지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대와 희망처럼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김모 씨(27)는 “자기소개서를 직접 가져와 나에게 맞는 상담을 받기를 원했으나 실제론 기계적인 설명만 줄줄 나왔다” 며 “결국 자소서를 설명할 기회도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학생인 최모 씨(24)는 “나와계시는 대다수가 신입사원인데 그들이 아는 것과 제가 아는 정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며 “그냥 ‘홈페이지 참조하라’ ‘인재상에 맞게 써라’는 말만 들었다. 그럴 거면 박람회는 왜 여는 건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직원이 나온 부스에는 상담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다른 대학교 취업박람회 현장도 별 차이가 없었다.

중앙대학교 취업박람회를 찾은 이모 씨(24)는 “모집요강 수준의 정보보다 더 자세한 채용정보를 얻기 위해 참여했지만 포괄적이고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들었다" 며 "관심 기업에 상경계열 관련자가 아닌 기술직 담당자만 배치돼 관련 직무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고 아쉬워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를 찾은 김모 씨(24) 역시 현실적인 조언을 듣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3,4일 이틀 동안 한 부스당 20여분의 상담시간을 갖고 희망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현실적 평가를 기대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영어점수를 더 올리는 게 좋겠다' '무난한 수준이다' '자소서에 신경을 써라'였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기자가 직접 취업준비생으로 가장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 제약회사 부스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봤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업홍보가 쏟아졌다. 상경계열 모집을 지망한다며 자소서 항목과 작성 팁을 물어보자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재무 쪽에 유념해 작성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전공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라며 뭉뚱그린 대답이 나왔다.

전공면접과 임원면접에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자 “사실 상경계열 쪽은 잘 모른다. 내가 그쪽 담당이 아니다”는 답변이 나왔다. 그저 “일반적으로 해라”는 말을 덧붙일 뿐이었다.

기자라는 것을 밝히고 학생들의 고충을 설명하자 기업 인사 담당자는 “다른 정보를 드리고 싶어도 부정확한 정보를 드릴 수 없으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회사가 크다 보니 모든 직군의 전문가가 다 나갈 수 없다. 자칫 잘못해서 부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어 그런 부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오규덕 오센커리어 연구소 소장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질문을 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후 박람회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면 분명히 얻어가는 정보의 양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몇몇 신입사원이나 인사담당자 외의 사원으로 인해 학생들이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박람회에 참여했다기 보다는 떠밀려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채상우 / 이정진 인턴기자 jleel0803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