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비율 높은 지역 매수 전환 눈길
전문가 "개점휴업 벗어나", "기대감에 호가만 상승…지켜봐야"

정부의 전·월세 대책과 강남 재건축사업 추진으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와 중소형 매물에 매기가 붙으면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1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기대감과 전세물건 품귀 현상이 맞물려 사실상 휴업 상태에 빠졌던 매매시장이 활력을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기대감에 호가만 뛰거나 일부 급매물 소화 과정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서울 상승 전환…강남 재건축 1개월 새 최고 4천만원 뛰어
1일 부동산114(r114.com)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시장에선 이미 8월 들어 거래가 살아난 분위기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가 난 데다 전·월세 대책으로 시장 심리가 살아나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강동·송파구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주 상승률은 각각 0.16%, 0.20%, 0.11%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 재건축 단지 중에선 7월 말 대비 최고 4천만원 넘게 오른 곳도 있다.

강남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36㎡는 7월 말 6억4천만원에서 8월 말 6억8천250만원으로 1개월 새 4천250만원 올랐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 가격도 최근 10억7천500만원으로 1개월 전보다 3천만원 뛰었다.

나머지 강남 개포주공 2단지, 강동구 둔촌주공1·3·4단지 등 나머지 재건축 단지들은 7월 말보다 1천만∼2천250만원씩 올랐다.

강남 개포동 K공인중개 관계자는 "건축심의가 9월 초 들어가기 때문에 다소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전·월세 대책과는 상관없어 재건축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잠실의 J공인 관계자도 "대책 발표 1∼2주 전부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 단지마다 급매물은 1주일 새 10건 이상이 매매됐고 33평대 아파트는 고점보다 떨어진 가격인9억∼9억7천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 "좀 더 얹어 집 사자"…전세가율 높은 지역 매수 '입질'
또 서울 강북권 등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곳에선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면서 거래가 소폭 이뤄지고 있다.

지난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관악구 봉천동 관악현대 소형 면적대가 250만원 올랐고 동대문구 전농동 SK 80㎡도 1천만원 상승했다.

광진구 소재 신성부동산 이지형 사장은 "전·월세 대책 발표 전부터 전세를 구하러 온 손님이 좀 더 보태 집을 사는 사례가 생겨났다"며 "전세물건은 없고 전세비중이 높다 보니 차라리 사자는 생각을 하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성북구가 65.24%에 이르고 ▲ 관악구 63.74% ▲ 중랑구 63.52% ▲ 서대문구 63.21% ▲ 구로구 62.49% ▲ 동대문구 62.28% 등 순으로 높다.

관악구는 6월 넷째 주 0.03% 상승하고 9주 만인 지난주 0.02% 올랐다.

광진구는 8월 들어 3주간 보합에 머물다 지난주 0.01% 상승했고 동대문구는 14주 만에 0.01%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주 1기 신도시 산본은 0.03% 올랐고 수도권에선 안산이 0.04% 올라 2012년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반등했다.

고양도 0.02% 올랐고 구리, 군포, 안양, 용인, 평택, 안성 등 아파트값은 0.01% 상승했다.

◇ 전문가 "시장 분위기 개선"…일부선 "지켜보자" 신중론도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번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이 여느 때보다 개선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월세 대책으로 취득세율 인하와 장기 저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확대는 주택 매입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계획한 수요자를 자극할 것"이라며 "기존 전·월세 수요가 일정 부분 주택 매매로 돌아서 시장 분위기는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고 전세물건이 씨가 말라 전세난 해소 수요도 생기는 것 같다"며 "매물이 소화되면서 가격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정책 완화 기대감에 따른 상승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취득세 인하 등 법 개정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취득세 영구 인하도 국회 통과 과정이 남아 있는 상항에서 기대감에 호가만 일시적으로 뛸 가능성도 있다"며 "더구나 정책들이 중소형, 저가 매물과 경험 없는 무주택자에만 쏠려 한쪽만 과열시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도 "수요자들 사이에선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실물 경제도 여전히 바닥권이어서 부동산 시장 회복 여부는 장담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