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보험혜택 등 전일제 동일 적용, 맞춤형 직무 개발 등 필요

정부가 내년에 처음으로 7급 이하 시간제 일반직 공무원을 뽑는다.

임금과 승진 등을 시간에 비례해 전일제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보장하는 조건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4대 보험과 각종 공무원 교육·훈련, 수당도 전일제와 같게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차별이 없도록 운영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시간제 공무원의 보수와 혜택을 일반직과 동등하게 설계하는 것은 '시간제 일자리는 질이 낮다'는 편견을 깨려는 의도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해 초기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서 민간 분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 시간제 일자리 정착 관건은 '차별 해소'
지금까지 시간제 일자리는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일자리', '잠시 거쳐 가는 일자리'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대경제연구소의 '시간제 일자리의 실상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정규직 대비 시간제 일자리의 시간당 임금은 50.7%에 불과했다.

또 시간제 일자리 종사자 가운데 56.0%는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과 부실한 보험 혜택 등 열악한 처우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편견을 만들었다.

이 편견은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확산되지 못하게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자리를 잡으려면 전일제 일자리와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산을 중심으로 한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발표할 당시 이런 의견을 반영해 "시간제로 일하기를 원하는 국민은 어떤 편견도 없이 여건과 상황에 맞게 기꺼이 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근로 시간에 비례해 보수와 승진 등을 전일제와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시간제 공무원 채용 방안은 시간제 일자리의 '부정적 낙인'을 지우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근로시간 비례 기준은 전형적이고 좋은 접근"이라며 "기관·사업장 사정에 맞춰 시간 비례 등 다양한 원칙을 도입해 전일제와 형평을 맞추거나, 시간제에 적합한 특정 직무를 개발하는 식으로 계속 고용이 가능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맞춤형 직무 개발·초과근로 축소 등 토양 키워야
시간제 일자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전일제 일자리와의 차별 해소'라는 핵심 과제 이외에 전반적인 근무문화의 변화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적인 과제로 꼽히는 것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적합한 새로운 직무 형태를 발굴하는 일이다.

육아·가사를 병행하려는 여성이나 은퇴자, 학생 등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계층을 고려해 현재의 직무를 단순히 시간제로 돌리는 것보다 맞춤형 직무를 개발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여성이나 학생을 위한 일·육아 혹은 일·학업 양립형 ▲남성을 위한 장시간 직무 분할형 ▲은퇴자를 위한 사회참여형 등을 사례로 들었다.

초과근로에 의존하는 장시간 근로 문화도 시간제 일자리 정착을 위해 바뀌어야 할 사항 중 하나로 지목된다.

뿌리깊은 관행인 장시간 초과근로는 시간제 일자리의 수요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시간제 근로자를 통해 효율적으로 처리할 일도 전일제 근로자의 야근 등 초과 근로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일제 근로자가 가정이나 개인의 필요에 따라 시간제 근로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원하는 기혼 여성을 시간제 일자리에 참여시키려면 보육 정책을 개선하는 등 복지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 네덜란드·독일 등 '성공사례' 참고해야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해 고용률을 끌어올린 네덜란드나 독일 등 외국 사례는 시간제 일자리 도입의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네덜란드는 1994년과 1999년 사이 시간제 일자리 38만개를 확충했다.

같은 기간에 고용률은 70%를 넘었고 경제도 꾸준히 성장했다.

임금과 초과근로수당, 보너스, 교육·훈련 등 고용 조건에서 시간제와 전일제 간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이 네덜란드 시간제 일자리의 확산을 뒷받침했다.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의 사회보험료를 깎아주고, 해당 근로자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을 준 'SPAK' 프로그램은 시간제 일자리를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전파시켰다.

독일도 법률에 시간제 근로자 차별 금지 원칙과 근로시간단축청구권 등을 명시하고 보조금 지급, 저임금 근로 제도화, 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정책 프로그램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지원했다.

월 소득 400유로 이하의 '미니잡'까지 고용 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며 취업 취약계층의 고용 시장 진입을 독려한 결과, 독일의 지난해 말 고용률은 72.8%까지 높아졌다.

여성·고령자의 시간제 일자리 참여가 늘고, 비자발적 일자리 비중보다 근로자의 선택에 의한 시간제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기자 speed@yna.co.krcharg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