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가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속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협상 참가국들은 브루나이 각료회의에서 연내 타결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오는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협상 타결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12개 참가국들의 면면으로 보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게 될 한국으로서는 TPP 협상 진전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TPP에 대해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가을 중간선거를 의식, TPP 협상 타결을 경제적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일본이 협상 참여를 선언하면서 TPP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치중해왔던 한국은 다자간 TPP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TPP 협상 참여국 대부분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느긋하게 생각하다가는 다자간 FTA 표준화 논의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이 걱정되는지 최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것을 지시했다. 기존 입장에서 조금은 달라진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으로 통상기능을 넘겨받은 산업통상자원부는 TPP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힌 게 하나도 없다.

미국은 한국에 TPP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대로 TPP를 통해 한국에 뒤진 FTA를 일거에 만회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주도 TPP를 의식해 한·중 FTA,아시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조차 TPP 참여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주변국들이 모두 TPP를 매개로 긴박하게 움직이는데 한국만 TPP에 대한 분명한 전략이 없다. 너무나 안이한 대응이다. TPP에 참여하려면 빨리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