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이 임기를 1년7개월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가 이를 즉각 수용해 오늘 이임식을 갖는다고 한다. 헌법기관의 수장이 중도퇴진하면서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탓에 이런저런 뒷말만 무성하다.

감사원장의 전격 퇴진은 무엇보다 문제의 4대강 감사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많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2011년과 올해 상반된 내용의 감사결과를 내놓아 정치감사, 코드감사 논란을 빚었다. 그 파장은 녹조현상의 원인 논쟁 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양 원장은 MB맨으로 분류된다. 그가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4대강이 쟁점으로 부상할 것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런 차원의 책임 문제라면 감사원이 지난 1월 보(洑)안전에 문제제기를 했을 때나 지난 7월 초 공사담합 및 예산낭비 감사결과 발표 때 스스로 거취를 정리했어야 옳았다. 지금 퇴진이 뜬금없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감사원 독립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신임 감사위원 인사와 관련한 청와대와의 갈등설도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상식에 맞지 않는다. 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했다고 해도 이 정도는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문제다. 이를 퇴진 이유라고 내세운다면 구실거리로 잡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감사원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터다. 양 원장 스스로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았다고 언론에 밝혔다가 비판을 받았다. 정책감사 확대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민간 증권사들에 대한 이례적인 감사가 그런 케이스다. 내부 통제가 흔들린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현장 감사관들의 조치가 제대로 보완도 안 된 채,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 안건으로 직행한다는 우려도 들린다. 감사위원회 회의록이 바로 정치권으로 간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판이다. 감사원 전체의 업무 자세와 기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개혁의 무풍지대다. 셀프개혁론도 안 보인다. 국회든 행정부든 차제에 감사원을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