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뉴욕보다 가고픈 한국 만들기
해외에서 근무하다 보면 우리가 학교에서 세계사며 지리 공부를 꽤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웬만한 나라에 대해선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우리와 달리 서양인들은 다른 나라가 어디쯤 있는지,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르기 때문이다. 눈썰미 있게 교육 받아온 우리에겐 답답할 정도였다. 시간이 좀 흘러서야 그네들이 자기 위주로 역사를 배워왔으며 아시아에선 일찍이 서양과 교류해 온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약간 아는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또한 자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기에 한국에 대해 익숙한 편은 아니다. 그런 미국에서 최근 한국을 새롭게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예컨대 한국음식에 대해 맛보고 직접 만들어 보려는 사람,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원어로 보고 싶어 예전 우리가 프랑스문화원을 다니며 그랬듯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 K팝 가사를 흥얼거리며 수많은 한국 아이돌 가수들을 그야말로 줄줄 꿰고 있는 이들이다. 한국을 소개하려면 지도에서 한국의 위치를 찾아주거나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에서 왔다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던 1990년대 첫 해외 근무지의 상황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관광은 역내관광이 우선이다. 그래서 우리의 가장 큰 관광 시장은 일본과 중국이고, 미국의 가장 큰 시장은 멕시코와 캐나다다. 심지어 미국의 출입국 통계에서는 멕시코와 캐나다 제외 수치가 별도 발표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까지 최소 12시간의 비행 시간과 수천달러의 비용을 들이고서 와야 하는 미국에서 관광객 유치는 숫자 못지않게 그 의미가 크다. 정말 많이 좋아하고, 꼭 가고 싶은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한국에 오는 미국인 수는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해 연간 70만명에 이른다. 물론 그 수는 아직 적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아시아 경쟁국들도 부러워해 마지않는, 확실한 ‘한국 마니아’들이다.

지금부터의 과제는 어렵게 뗀 걸음마를 제대로 된 걸음걸이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큰마음 먹고 한국을 다녀간 사람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해 이들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맛있는 음식과 드라마, K팝 외에도 내놓을 만한 재료들이 무궁무진하다. 서울 도심을 지나다 바라본 뒷산의 능선과 하나가 된 고궁 처마의 선, 마천루 속에 잘 보존된 한옥 마을의 구비구비 골목길, 강인한 해녀의 역사가 서려 있는 신비의 섬 제주의 자연, 도시 전체가 역사 교과서이며 박물관인 천년의 고도 경주 등. 5000년의 역사와 문화가 한껏 버무려낸 구석구석과 그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는 250년 남짓의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는 경이롭기까지 한 소중한 유산이다.

최근 LA에선 많은 다저스 팬이 한국 사람만 보면 ‘Ryu’에 대해 물어본다. 내친 김에 최근 LA지사에서 개최한 ‘코리아데이’ 행사에서 한국관광 홍보대사로 임명된 류현진 선수가 부디 15승 이상을 거둬 수많은 열혈 다저스 팬도 한국 알기에 동참하기를 ‘사심 있게’ 기대해 본다.

강옥희 < 한국관광공사 LA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