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성공단사태 재발방지 보장받아야
남북 간 치열한 기싸움 끝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7차 협상이 14일 열린다. 지난달 25일 6차 회담이 결렬된 지 20일 만에 개최되는 이번 협상은 그 결과에 따라 개성공단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향후 남북관계의 장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6차 회담 결렬 후 마지막 회담을 제의했으나, 북한 당국이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지난 7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경협보험금 지급을 시작하자 북한이 공단 폐쇄를 우려해 대화공세로 나왔다. 북한은 6차 회담에서 남측의 ‘불순한 언동과 군사적 위협’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원인이라고 우기면서 우리 측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주장을 뺀 채 남과 북이 함께 개성공단의 정상운영을 보장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동안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다가 이제 남북의 공동책임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협상전술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이 협상환경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술수이기 때문에 절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즉 북한의 태도는 전향적인데, 남측이 고집을 피우고 있다는 협상 분위기를 조성해 우리 사회의 여론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우리 협상단을 압박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상 환경은 물론 협상 의제를 조작하면서까지 협상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더욱이 북측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해제와 재산권 보장, 그리고 판문점 연락채널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면서 회신문을 보내는 등 자기들이 합의하려는 것처럼 위장해 우리 측의 마지막 카드를 보려는 것이다. 우리 협상대표가 이런 북한의 협상환경 조작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협상을 통해 양측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최대한 공동의 이익을 찾으려고 하는데 반해 북측은 협상을 ‘싸워서 이겨야 하는 투쟁’으로 보기 때문에 타협을 싫어한다. 그리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해 상대방 제압에 나선다. 자유주의 국가 간의 협상에 익숙한 우리 협상가들은 대북협상에서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제안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상대방의 제안에 역제안하는 것을 꺼리고, 상대방을 위협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단호한 입장과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 7차 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처음에는 북한의 협상환경 조작 공세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 매우 안타까웠으나 최근 들어 다시 제자리를 잡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번 7차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게 되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채널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7차 회담에 임하는 우리 대표단이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다음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북한의 수사(修辭)와 이 수사의 현실화를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수많은 수사를 늘어놓았으나 이를 현실화하려면 매우 구체적인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북측은 합의사항을 애매모호하게 해 놓고 이행단계에서 다시 새로운 요구를 꺼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 협상 대표단은 최고도의 인내심을 견지해야 한다. 북한 협상대표는 우리 측의 허점이나 분열을 이용하는 등 비타협적인 자세로 버티다가 지도부로부터 합의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면 갑자기 일괄타결 의사를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협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양보가 가능한 것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의 선을 명확하게 정해서 협상장에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이 북측에 있고, 재발방지에 대한 보장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