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수립 65주년 한 달 앞두고 가시적 성과 독려

'전승절'(정전협정 체결 기념일) 6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북한이 이달 들어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와 민생 부문의 주요 사업을 다그쳐 구체적인 성과를 냄으로써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정권수립 65주년(9월 9일)을 장식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경제·민생사업 현장에서 주로 공개활동을 하고 있다.

전승절 이후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등 전승절 후속 활동을 하던 김 제1위원장은 이달 초 과학자 살림집(주택) 건설장과 평양체육관 리모델링 공사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김 제1위원장은 평양체육관 공사장에서 정권수립 기념일 이전에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해 새롭게 단장한 체육관 개관식을 정권수립 기념일에 맞춰 거행할 뜻을 내비쳤다.

김 제1위원장은 과학자 살림집 건설장에서도 "완공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과학자 살림집의 공사 실적이 평균 85%라고 보도해 공사가 마무리 단계임을 시사했다.

김 제1위원장이 최근 현대식 유희·체육시설인 평양 문수물놀이장과 미림승마구락부(클럽)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한 것도 민생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에 실린 사설에서 전승절 이후 노력을 집중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사회주의 건설을 '마식령 속도'로 추진할 것을 꼽았다.

신문은 "전시 생산자들처럼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해 막아서는 애로와 난관을 자체의 힘으로 완강히 뚫고 맡겨진 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경제·민생사업을 마식령 스키장 건설사업처럼 급속도로 추진해 계획을 달성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경제·민생사업 중에서도 대규모 축산단지인 세포등판 개간사업은 정권수립 기념일 분위기를 띄우는 중요한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세포등판 개간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꾼들이 "9월의 대축전장에 드리는 노력적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불굴의 정신력을 높이 발휘해 연일 영웅적 위훈을 창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의 대축전장'은 정권수립 기념행사를 가리킨다.

세포등판 개간사업이 정권수립 기념일을 전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밖에 평양 대동강변에는 최근 비타민C 공장이 완공됐고, 11일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5월11일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올해 정권수립 기념일에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과시할 것이라는 점은 지난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채택한 결정서에서 일찌감치 예고됐다.

이 결정서는 60주년 전승절과 65주년 정권수립 기념일을 성대하게 경축하기 위한 대책으로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에 대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의 '자랑찬 승리'를 꼽았다.

또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승절을 앞두고 정치·군사 부문에 집중하던 북한이 경제·복지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냄으로써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정권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