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예정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취소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신중한 검토를 거친 결과 9월 초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을 개최할 만큼 양자간 현안에 충분한 진전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카니 대변인은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5~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는 참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모스크바로 가는 대신 다음달 4~5일 스웨덴에 잠시 들르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 등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임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30)의 신병 처리에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은 데 대한 항의 조치다.

카니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스노든에 대해 임시 망명을 허용한 것은 우리가 양국관계의 현재 상황을 평가하는 데 참작해햐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날 NBC방송의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양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전통적으로 미국은 범법자가 있을 때 러시아를 존중하고 협력했다” 며 “러시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