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19곳 공관 잠정 폐쇄…"여행객도 즉시 떠나라" 촉구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공격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영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예멘 주재 외교관들을 철수시키는 등 자국민 보호 조치에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예멘에서 테러 공격 가능성이 줄지 않고 있어 필수인력을 제외한 대사관 직원을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예멘의 안보 위협 등급은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 시민들은 예멘을 여행하지 않기를 당부하며 예멘에 사는 미국인들도 즉각 예멘을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무부는 이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포함한 테러 조직들이 예멘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미국인, 미국 시설, 기업 등을 대상으로 테러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군은 C-17 수송기를 투입해 75명의 외교관을 예멘 수도 사나에서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로 옮겼다고 외신이 전했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예멘 영토 안에는 일부 국방부 직원이 남아 국무부 업무를 지원하고, 안보 상황을 점검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 역시 예멘 주재 대사관 직원을 전원 철수시켰다.

영국 외무부는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예멘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을 잠정적으로 철수시켰다"며 "직원들이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대사관을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사나 주재 영국 대사관에는 콘크리트 장벽이 둘러쳐졌다.

영국 정부는 또 예멘을 여행하는 영국 국민에게 즉각 예멘을 떠날 것을 촉구했으며, 여전히 예멘 영토 안에 남아 있는 일부 영국인들과는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무인기가 예멘 동부 마리브주(州)에서 알카에다 조직원 4명을 사살한 이후 이뤄졌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주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와 AQAP의 수장 나세르 알우하이쉬의 통화 내용을 감청해 이 같은 테러 가능성을 인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집트, 이라크, 카타르 등 중동 지역 19개 도시에 있는 대사관, 영사관 등 외교 공관의 운영을 중단했으며, 자국민에게는 국외여행 경계령을 내렸다.

예멘에 거점을 둔 AQAP는 알카에다 조직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이고 본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세력으로 알려졌다.

AQAP는 지난 2009년 미국 디트로이트 항공기 폭파를 기도하고 2010년 화물기 폭탄 소포 사건을 일으켰다.

예멘 정부는 미국과 영국의 조치를 테러 조직이 노리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번 일이 이들 국가와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부 바크르 알 키르비 외무장관은 "예멘은 이들 조직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외국 공관 보호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주요 수송로 상에 있는 예멘의 정국 안정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은 장기 집권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011년 '아랍의 봄'으로 권좌에서 내려오고 나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멘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지난주 워싱턴DC에서 하디 대통령과 정상회담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폐쇄하려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86명의 수감자 중 56명이 예멘인이다.

미국 측은 수용소의 문을 닫기 위해 수감자를 국적에 따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 하고 있어 예멘의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