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다세대 '애물단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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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무산 후폭풍에 거래량 급감…'하우스푸어' 많아 경매 물건 사상 최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던 수도권 다세대·연립주택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은 투자금으로 임대수익도 내고, 해당 지역이 재개발·뉴타운지구로 확정되면 입주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고, 경매에 넘겨지는 물건 수도 사상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수요 감소와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 떠난 다세대·연립주택

지난 6월 ‘창신·숭인 뉴타운지구’에서 해제된 창신동 인근의 A공인 관계자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로 ‘지분 쪼개기’를 해서 3.3㎡당 4000만~5000만원에 거래했다”며 “이제는 시세차익도 얻기 힘들어 저렴한 주택을 찾는 수요자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투자가치가 떨어진 다세대·연립주택은 실거주용으로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보다 입지 및 보안성이 좋지 못하고 노후한 주택이 많아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뉴타운 사업 등이 물건너가면서 다세대·연립주택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원룸 공실이 늘어 노후 다세대와 연립을 사서 원룸으로 개발하려는 수요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빚 못 갚는 ‘다세대 하우스푸어’
대출금을 끼고 투자했다 버티지 못하는 다세대·연립주택 주인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경매시장에 나온 다세대·연립주택은 총 1만4300여가구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찾는 사람이 줄어 다세대·연립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된 물건 비율)은 2007년 61%에서 올해 28.94%까지 떨어졌다. 올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률(40.38%)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또 집주인들이 수천만원의 대출을 끼고 다세대주택에 투자했다가 빚을 못 갚는 경우가 많다 보니 금융회사 등에 의한 ‘임의경매’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경매시장에 나온 수도권 다세대·연립주택의 81%가 임의경매(1만1569건)였다.
경매는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나뉘는데 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 등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는 임의경매로 처리되고, 소유자가 개인 채권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는 강제경매가 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