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간 융합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창조경제가 화두다. 각종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방위 산업도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데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과 자원 속에서 창조경제의 핵심인 ‘빠른 추적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 높아진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건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선진국들은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킨 뒤 이를 민간 과학기술과 기업에 전파해 얻은 기술을 국방연구개발에 다시 접목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국가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도 국방기술의 민간 이전과 민간 기술의 국방연구개발 활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제도 미비로 아직은 양측 교류가 제한적이다.

민간 및 국방과학기술의 융합을 위해 우수한 민간 과학자들을 국방연구개발에 참여시켜 국가과학기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준 높은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상생의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에서 전문화된 연구를 수행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우수한 인력이 더 쉽게 국방연구개발에 참여해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안보에 취약한 지정학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방위산업을 국가 안보의 필수산업으로 관리해오면서, 동시에 경제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방위산업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국방과학 기술력 자체의 발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국방연구개발의 중심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발전은 중요하다. ADD는 국내 유일의 국방과학기술연구기관으로 40년 가까운 국방과학기술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ADD를 방문, “자주국방 강화와 ADD를 세계적 국방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육성해 창조경제의 성장엔진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ADD의 발전은 방산업체와 민간분야에 대한 기술의 낙수효과를 일으켜 방산업체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수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과제들은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첨단 장비와 시설은 돈을 주면 다시 살 수 있지만, 우수한 인재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방을 포함한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먼저다.

최태인 < 한국기계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