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장기 월납보험'에 꽂혔다
고액자산가들이 적립형 연금보험, 양로보험처럼 다달이 일정액을 보험료로 내는 월납 보험상품에 몰리고 있다. 정부가 세수 부진과 복지재원 마련 등의 이유로 비과세 상품을 대폭 줄여나가고 있어 아직 비과세 혜택이 남아 있는 월납 보험상품을 슈퍼리치들이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로보험 판매 한 달 만에 4배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월납 보험상품 신규 가입액은 월평균 10% 안팎 늘고 있다. 신규 가입액은 3월 137억2000만원에서 △4월 143억5000만원 △5월 162억9000만원 △6월 185억2000만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행 세법상 월납 보험에 든 뒤 5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소득세 15.4%를 내지 않아도 된다.

월납 보험 중에서도 특히 적립형 연금보험과 양로보험이 인기다. 월납 보험의 하나인 장기저축보험에 대해선 이미 세제당국이 비과세 범위를 제한하겠다고 밝혀 나머지 상품에 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에선 평상시 양로보험의 10일 평균 가입 건수가 100건 정도였지만 6월에는 450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양로보험은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 기능과 사망 보장 기능을 동시에 갖춘 상품이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정부가 월납 보험 중 장기저축보험만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산가들 사이에선 적립형 연금보험과 양로보험도 비과세 혜택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져 있다”며 “최근 보험사들이 양로보험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하면서 남아 있는 상품에 돈이 더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과세 막차 타자’

월납 보험 외에 생계형 저축, 농·수협 준조합원 예탁금 등 세제당국이 비과세 폐지 대상으로 거론한 금융상품도 비과세 막차를 타려는 고객들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의 생계형 저축 가입 계좌 수는 3월 말 27만7492건(2조1374억원)에서 지난달 말 28만2418건(2조1787억원)으로 늘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20만1759건에서 20만3750건으로 증가했다. 생계형 저축은 그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농협 수협 등의 준조합원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머지않아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이들 조합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6월 말 기준으로 비과세 예탁금 총액 65조3433억원 중 준조합원의 돈이 80%를 웃돈다”고 전했다.

■ 월납형 보험

계약기간 동안 매달 일정액을 내는 보험. 5년 이상 납부하고 보험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된다. 월납 금액은 제한 없다. 적립형 연금보험, 장기납 저축보험, 양로보험 등이 있다. 이 중 장기 납저축보험에 대해서만 비과세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박신영/장창민/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